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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문학, 자기의식 不在 … “제 역사 안가르쳤다”
한국 영문학, 자기의식 不在 … “제 역사 안가르쳤다”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8.06.0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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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서울대 교수 주장

그동안 한국 영문학계가 ‘자기의식’ 없는 연구를 거듭해 왔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이를  넘어설 방안으로 19세기 말 조선의 서구 문물 수용 과정을 눈여겨볼 것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됐다.


서울대 김명환 교수(영문학)는 최근 <안과밖>(영미문학연구회 간)에 게재한 「19세기 말 조선의 서구 문물 수용-윤치호의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한국 영문학의 자기의식 부재를 질타하며, 영문학 연구의 방향전환을 강력히 주문했다.


김 교수는 “교수집단으로서의 영미문학계는 여전히 서구 문물의 수입과 수용이라는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학술활동이 그런 모델에 깊이 물들어 있음을 아예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목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영문학계는 자신의 역사에 대해 별로 의식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영문학의 역사를 대학에서 가르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을 연구주제로 삼는 경우는 뜻있는 학자들의 산발적 노력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라고 통탄한다. 이런 선상에서 김 교수는 윤치호를 화두로 내세워 근대화 초기 영문학 수용 과정을 읽어냈다.


김 교수는 개항 직후 조선정부가 다른 서구열강보다 미국에 대해 호의와 기대가 컸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초기 서구 문물 수용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는 佐翁 윤치호(1865~1945)의 일기를 연구의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 윤치호는 1880년~90년대까지 5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으며,  60년 가까이 쓴 일기는 대부분 영어로 기록할 만큼, 한국 영문학의 자의식을 잴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인물이다. 그의 일기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윌터 스토트, 조지 엘리어트 등 영미문학의 고전에 관한 독서경험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호손 독후감이나 미국제일주의 비판은 오늘의 미국 문학연구의 성과와 맥이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경성제국대학 출신 최초의 영문학자 중 한 사람인 최재서의 탄생 1백주년이 되는 해다. 자기의식의 역사, 자기의 영문학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자는 김 교수의 주장이 어떻게 수용될지 주목된다.

배원정 기자 wjba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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