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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냐 ‘본고사’냐, 혼란스런 러시아
‘수능’이냐 ‘본고사’냐, 혼란스런 러시아
  • 하성업 / 러시아통신원 ·모스코바국립항공대 박사과
  • 승인 2008.03.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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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러시아 입시제도 논란

러시아는 2008년 9월에 시작되는 새 학년을 맞이해 벌써부터 입시전형관련 관심과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여러 입시제도가 혼재돼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형태는 각 학교별로 시행되는 “대학별입학시험”이다. 대학을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6~7월 경 각 대학별로 따로 시행하는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각 학교는 학과시험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개해 학생들의 준비를 돕고 있다. 마치 한국에서 각 학교마다 치러지는 본고사와 같으나, 러시아어, 외국어, 문학,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역사 등 한두 과목이 아닌 여러 과목에 걸쳐 치러진다는 점이 다르다.

또 하나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 같이 수험생 전체가 동일하게 치르는 ‘통합국가시험’이 있다. 통합국가시험은 전 수험생들이 동일하게 지원해 치르며, 대학별입학시험과 비슷한 과목으로 평가받는다. 이 시험은 수험생 전체가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 응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학별입학시험이나 통합국가시험은 하루에 일제히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과목별로 날짜가 나뉘어 여러 날 동안 진행된다.

이 외에도 몇몇 특수한 경우가 있다. 때로 학생들은 각 대학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경시대회와 유사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이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경우는 대학 강의를 선수강하기도 한다. 또 영재 및 특기자 교육이 잘 돼있는 러시아에서는 재능에 따른 조기입학은 물론, 학년을 건너뛰는 월반이 당연시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다.
대학 내에서 학교를 다니는 상당히 앳된 학생들을 간혹 볼 수 있는데, 때때로 나이가 너무 어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대학을 다니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인 대학별입학시험과 달리 통합국가시험은 비교적 새로운 평가제도다. 이 제도는 수험생 전체가 일시에 치른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학별입학시험과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시험이다. 이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논란을 거치며 이미 여러 해 시행됐음에도 아직 통합국가시험이 자기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러시아에는 이 두 시험이 혼재돼 있다. 대학에 따라 통합국가시험의 적용정도는 물론 시험 자체에 대한 수용여부도 달라, 학생들은 시험에 대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최근 모스크바국립대 당국이 새 학년부터 통합국가시험 결과를 수용하기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 평가제도에 대한 고무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대학 당국은 아직까지는 통합국가시험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합국가시험 중 몇몇 과목에 대해 그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러시아 최고명문 중 하나이며 최대 규모인 모스크바국립대의 이런 반응을 두고, 그동안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왔던 통합국가시험에 대한 새로운 평가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곧 국제관계대학,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 바우만물리공대 등을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이 제도에 참여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편에서는 이도 부족하다며 몇몇 대학끼리의 새로운 연합체를 결성해 공동으로 시험을 주관하는, 즉 기존의 대학별시험도, 통합국가시험도 아닌 새로운 시험체제의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혹은 관행적으로 수행돼 왔던 대학별입학시험의 제도가 이런저런 도전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 대한 정착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하기만 하다.

 

하성업 / 러시아통신원 ·모스코바국립항공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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