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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로스쿨의 虛實
[學而思]로스쿨의 虛實
  • 신 평/ 경북대·법학
  • 승인 2008.03.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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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모교인 서울법대 조교로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년을 졸업하고, 법관으로 만 10년 근무했다. 그 후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로 수년 일하다가 다시 대학으로 들어와 이번 달로 딱 10년 교수로 있다. 수 년 전부터는 사법연수원의 외래교수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어쭙잖은 자기자랑을 하려고 함이 아니라 아래의 말에 신빙성을 부여했으면 하는 의도에서 이력을 간단히 말했다. 적지 않은 일반 국민들도 눈치 챘겠으나,  법학전공자들에게는 지난 얼마간의 기간은 가히 ‘로스쿨 狂風’이 휘몰아치던 시기였다. 교육부의 로스쿨 假認可로 일단락되리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다. 로스쿨 가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은 탈락의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가인가를 받은 대학은 대학대로 또 배정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런 저런 불만을 쏟아낸다. 혼돈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논점은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재작년에 필자는 일본의 한 로스쿨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간 김에 로스쿨의 강의를 직접 청강한 일이 있다. 생생한 느낌 속에 강렬한 한 토막의 임프레션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 막상 로스쿨이 가동되는 경우 과연 얼마 정도의 교수들이 이 정도의 강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일본 교수가 나름대로 법학이론에 실무를 접목시켜 강의를 하려고 무진 애를 쓴 흔적이 강의 군데군데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한국의 법학교수들은 대체로 로스쿨을 단지 법학부가 좀 세련되고 고급화된 과정으로 가볍게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로스쿨을 법학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함은 착각이요, 잘못이다. 로스쿨과 법학부는 성격이 분명 다른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는 로스쿨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여전히 로스쿨의 건물을 어떻게 하고, 논문 많이 쓴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으면 되겠거니 하는 지극히 초보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의 교육내용은 별 관심이 없다. 비유컨대 로스쿨의 하드웨어에 집착하며,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원칙적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자격을 얻는 것으로 한다. 그런데 변호사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물론 법 이론에도 밝아야 하나 실무의 감각을 익힘이 필수적이다.
현행의 체제-로스쿨로 가기 전의 것-로 말하자면, 법과대학 4년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년간 거의 오로지 실무에 중점을 두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면 겨우 걸음마를 하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좋기는, 판사로 발령받아 대강 5년 정도의 호된 도제식 훈련을 쌓고 나면 어디에 내놓아도 그리 부끄럽지 않은 법률가가 된다.

그런데 현재의 로스쿨 체제는 학부의 전공에 관계없이 3년간의 로스쿨 과정만을 마치는 것이 전부이다.
일본처럼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해 다시 1년간의 사법연수소 실무과정 연수를 거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로스쿨 교육과정은 대체로 법이론의 전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무를 담당할 교수가 태부족이기도 하다.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한들, 이래서야 어떻게 제 몫을 하는 변호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예를 들며 우리도 문제없으리라고 위안 삼는 사람도 있으나, 이 역시 오해에 기인한다.
미국에서의 로스쿨 교육은 원래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처음부터 실무와 밀착된 판례법학 위주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법률문장론, 법정용어론 등을 적당히 익히면 실무가로 나서는데 큰 부족함이 없다. 우리와 아주 다르다.

필자는 오랜 세월 실무와 이론의 양 영역을 스위치하며 몸 담아왔다. 양자에 모두 밝다고 할 수 있다.
곧 다가올 로스쿨의 교육을 생각하면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 특히 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현실에의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지방소재 로스쿨의 앞날이 어두운 밤길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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