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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논쟁 재점화
‘줄기세포’ 논쟁 재점화
  • 이영범 / 독일 통신원·만하임대 박사과정
  • 승인 2007.12.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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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술동향]독 일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와 제임스 톰슨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교수가 피부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독일의 학계와 정치계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쟁이 새롭게 점화됐다.
독일은 인간복제 및 배아 줄기세포의 유전자 조작과 연구를 금지하는 ‘배아보호법’(1990년)과 2001년 1월 1일 이전에 획득된 인간 배아 이외의 줄기세포에 대한 수입과 생산을 금지하는 ‘줄기세포법’(2002년 7월)을 제정, 자국 내의 줄기세포 연구를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올해 초 독일의 저명한 생명공학자인 본 대학의 올리버 브뤼스틀 교수를 비롯한 23명의 과학자들은 독일 하원 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독일의 종교계와 정치계가 기존 원칙을 고수하면서 난항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식 거부 반응의 우려 제거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됐다. 줄기세포와 난자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윤리적 문제 해결 등의 새로운 돌파구가 생김에 따라 규제 완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뮌스터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분자생명의학 소장인 한스 쇨러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복제양 돌리의 탄생만큼이나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만약 연구 결과가 사실로 입증된다면, 그것은 줄기세포 연구에서나 다른 의학 영역들에 대해서도 진정한 혁신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녹색당의 학술정책 대변인인 프리스카 힌츠와 연방 생명권 의장인 클라우디아 카민스키는 윤리적 논쟁 없이도 배아세포를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의원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줄기세포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민당 의원인 르네 뢰스펠은 법을 개정하는 대신, 2001년 1월 1일로 규정된 배아세포 획득일자를 늦출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연구를 위한 줄기세포 확보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학술회의 총의장인 에른스트 루드비히 빈나커는 이번 연구가 줄기세포 연구에 혁신적인 성과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법 개정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실험을 진척시키기 위해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아직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함부르크 의과대에서 배아 줄기세포가 심장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는 볼프람-위버투스 침머만은 만능세포(iPS-Zellen)를 위한 비교척도로 배아세포가 몇 년 간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독일의 생명공학자들이 지나치게 엄격한 법적 규제 때문에 국제적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윤리적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마련한 최근의 연구 성과는 배아세포에 대한 연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정치권이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범 / 독일 통신원·만하임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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