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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교육개혁 외치면서 한 일이 뭔가?”
“참여정부, 교육개혁 외치면서 한 일이 뭔가?”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1.26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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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거리에 나앉은 교수들

지난 2005년 해직교수 구제 특별법 제정 뒤 309명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가운데 재임용거부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진 127명 중 11명만 재임용됐다. 특별법이 제정된 뒤에도 교수협의회 임원 등 부당 재임용 거부, 부당 해임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대학에 있어야할 교수들이 1인시위, 천막농성 등으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강태근 해직교수 복직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교육부의 행정조치로 해직교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린 불사조입니다.”
김영록 대불대 교수의 말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징계취소 결정과 학교의 재징계를 세 번째 되풀이 하는 상황을 빗대면서다. 김 교수를 비롯해 안연준, 유광호 교수는 지난해 6월 해임됐다. 이들은 현재 교육부 앞에서 대불대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가 왜 임시이사를 파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감사결과 교비 유용 및 횡령이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교육부가 앞장서서 사립학교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지난 20일 성신여대 후문에서 만난 정헌석 교수는 329일째 일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시위 중에도 연신 학교 문을 통과하는 차를 향해 인사하기 바쁘다.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파면된 그는 “학교에 한 몸을 다 바쳤는데 이렇게 됐다. 그래도 젊은 교수들보다 나같이 자유로운 사람이 총대를 메야하지 않느냐”며 활짝 웃었다. 소청위는 지난달 정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같은 대학 김도형 교수에 대해 정직 2개월로 징계변경 결정을 내렸다.
학교에 있어야할 이들이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뭘까. “대학은 물론 교육부, 국회가 우리의 주장에 귀를 막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개정, ‘해직교수 구제 특별법’ 제정 등 교육개혁에 적극 나선 참여정부지만 대선을 앞둔 지금,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진 게 없다는 점에서 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잇따른 소송…지쳐가는 교수들
해직교수 구제 특별법 제정 뒤 309명이 소청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중 127명에게 재임용거부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지만 실제 재임용된 교수는 11명으로 조사됐다.(2007 03, 김명호 교수 사건과 해직교수 문제 토론회)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교권쟁의실장(주성대학)은 당시 토론회에서 “해직교수 특별법에 따라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를 만든 취지를 확실히 살릴 수 있도록 강제이행법률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대학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행을 분명히 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대학에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이후에는 학교 비리의혹을 고발한 교수협의회 임원들에 대한 해임사태가 잇따랐다. 소청위 결정과 학교 재징계, 법원 소송을 반복하면서 해를 넘기도록 복직되지 않고 있다.
강신철 한남대 교수는 지난 4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교수해임처분 무효확인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강 교수는 그러나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급여지급, 복직이 이뤄져야 한다는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학교에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강의나 연구를 못한다는 이유가 아닌 다른 사유 때문에 교수를 해임하면 교육이 바로설 수 없다”며 “교수를 장사꾼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도형 교수는 소청위 결정을 두고 “최악은 피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무거운 징계같다”며 “소청위에서 ‘고발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학교 명예가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왜 이러한 중징계를 내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임용 심사 아닌 원직복직 시켜야”
“재임용 심사를 한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학교가 재판에 필요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 그랬다더군요.”
지난 5월 재임용거부 무효 판결을 받은 이명원 서울디지털대 교수. 이 교수는 학교 비리의혹을 고발하는 글을 쓰고 교수협의회를 구성했다가 학교가 ‘재임용 불가’를 통보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판결 이후 학교에서 “재임용 심사를 다시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법원 판결에 따른다면 재임용 심사가 아닌 ‘원직복직’이 맞다”며 “학교에 관련 내용증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재임용 심사를 마쳤지만 아직 심사결과에 대한 연락도 없다. 보직교수에게 물었더니 ‘변호사가 (재임용 심사를) 하라고 했다. 재판에 필요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 솔직히 얘기했다. 학교가 법원에 항소한 상태에서 재임용 심사를 진행한 것이다.”
계속되는 소송에 지칠 만도 하지만 그는 “지금으로선 법정투쟁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정헌석 교수는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당하게 해임된 교수들은 반드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교권이 짓밟히면 강의와 연구의욕이 사라져 결국 학교에 피해가 간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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