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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20代의 환상과 환멸
[딸깍발이]20代의 환상과 환멸
  • 교수신문
  • 승인 2007.11.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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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8만원 세대론이 언론과 출판계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88만원 세대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상위 5%를 제외한 그룹으로 평생 88만원(비정규직 평균 월급(119만원)에 20대 평균 급여 비율(74%)을 곱한 수치)가량의 월급을 받게 될 20대를 지칭한다.
우석훈의 책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가 88만원 세대의 정치의식을 다루면서 서점가에서 폭발적인 대세 몰이를 했다. 그는 “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라”고 한다. 정치적 무의식을 체험적으로 습득한 386세대는 흔히 그들과 20대를 비판적으로 비교하곤 한다. 20대들은 정치와 사회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고…. 영화 ‘마이제너레이션’의 주인공은 우울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하지만 그는 항의하기는커녕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편의점 시급은 3천원보다 더 많이 줘야 해.”
저자의 논지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십 년 뒤에 20대의 80%는 월 88만원 생계비에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 그럼에도 이들은 이 사회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철저하게 자신의 무능력을 탓한다. 하루에 몇 개씩의 아르바이트를 옮겨 다니면서.
신자유주의는 무한경쟁시대를 외치며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20%의 삶이 제공될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비정규직사태에 대해 당장 현실적 사회적 비판에 동참하기보다 우선 자신이 비정규직에 들지 않기 위해 도서관에서 토플을 공부한다. 70년대 대학을 다닌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요즘 애들은 성적에 너무 집착하더라. 우리 때는 성적엔 관심도 없고 그랬는데.” 그러나 이들은 한국 외환위기 사태를 청소년기에 맞은 세대, 현실정치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취업이 투쟁이 된 세대가 아닌가.
불평등의 구조가 달라진 것이다. 계급의 문제는 이제 세대의 문제가 됐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수능점수와 함께 학부모의 월소득액도 비례해서 떨어진다. 학생들은 자주 내 연구실에 찾아와 휴학원서를 낸다. 가정불화나 경제적 이유로 휴학을 한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해 학자금을 벌어야 한다고. 교수들은 중형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간혹 골프를 치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 펀드를 하며 재테크를 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죽을 힘을 다해 교원임용고시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대개 비정규직에 자신의 미래를 맡긴다.
이미 20대는 세대적 약자가 됐다. 5%에 속하기 위한 승자독식의 무자비한 경쟁은 더욱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무한 경쟁력을 키워 기존 구조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이제 같은 세대 안에서의 계급적 갈등이 아니라 세대 간 불평등이 문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88만원 세대론 책을 유행처럼 사는 청년들은 그 책마저 논술시험대비용으로 사고 있다.
견고하디 견고한 자본시스템의 메트릭스에서 자유로울 자는 누구인가. 무한경쟁의 잔혹한 게임과 신자유주의 시스템 구축에 대해 20대들은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80%를 배제/이용하는 자본 성공신화의 음험한 장치와 운영시스템을 이야기해야 한다. 세대간 불평등, 교수와 학생 간도 예외는 아니다.

김용희/ 편집기획위원· 평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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