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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안정성 보장 등 비경제적 측면 ‘유인기제’ 절실
직업안정성 보장 등 비경제적 측면 ‘유인기제’ 절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1.05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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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2만명 시대 _ ③ 정부출연 연구소 vs 기업 연구소

박사학위를 받고 전임 연구원으로 일하려는 이들은 정부출연 연구소와 기업 연구소 중 어디로 갈지 한번쯤 고민한다. 두 기관은 연구 분야와 환경, 업무성격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직 연구원을 비롯해 연구원 재직경력이 있는 교수들은 “연구하고 싶은 분야, 이직 가능성과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정부출연硏, 전망 문제로 인력 빠져나가
1980년대 이후 정부 주도 사업이 민간으로 대폭 이동하면서 기업 연구소가 빠르게 성장했고, 반대로 정부출연 연구소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낮아졌다. 일부 연구소는 연구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 이후 정부 주도 사업이 민간으로 대폭 이동하면서 기업 연구소가 빠르게 성장했고, 반대로 정부출연 연구소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낮아졌다. 일부 연구소는 연구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5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실시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의 업무인식 조사’에서 대다수 연구원은 자신의 직무나 조직역량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절반 가까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부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이공계인력 육성·활용과 처우 등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연구인력 가운데 공공연구소에서 대학으로 이직하는 비율은 기업, 대학에서 공공연구소로 유입되는 비율에 비해 높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직업의 불안정과 불투명한 전망 등이 중요한 이직 원인”이라며 “임금 등 금전적 보상을 높이기보다 이공계 인력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직업 안정성 등 비경제적 측면의 유인기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연구소 환경과 실제가 달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정부출연 연구소에서는 자유로운 연구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불가능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5년 이상 근무한 한 교수는 “연구소 환경에 적응하기도, 연구소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10년 이상 재직한 김상원 울산대 교수(경영학과)는 “연구소는 학교에 비해 조직체계가 잘 짜여 있는 편이다”며 “자율적인 연구가 전혀 불가능하진 않지만, 원하는 것을 전부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이는 미국의 유수 연구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기업硏, 연구과제 때문에 논문 쓰기 어려워
기업 연구소에 지원하려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기업’이라는 특수 환경 때문에 행정업무, 영어능력평가 등 연구 이외 분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지 고민한다. 

기업 연구소는 연구원 채용시 대부분 영어능력보다 연구실적에 비중을 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영어점수를 기입하게 돼 있지만 별도 영어능력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반면 논문 등 연구실적은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인사팀 관계자는 “영어실력보다 ‘우리와 적합한 연구 과제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출연 연구소와 비교해 기업 연구소가 갖는 특징은 뚜렷하다. 한 기업 연구소 연구원은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다보면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대학이나 정부출연 연구소로 이직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LG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올해 하반기 신임교수로 임용된 이희철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신소재공학과)는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테마별 기초 연구를 자제한다. 또한 상업화된 연구결과는 개인 논문으로 연결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http://www.kist.re.kr

삼성 부설 연구소에서 다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민준홍 경원대 교수(생명공학부) 역시 “회사에서는 연구결과를 중요시하지 연구원 개인 논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논문을 쓰려고 해도 새로운 연구 과제를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 연구소 지원자가 염두해 둬야할 점과 관련, 이희철 교수는 “처음 가려고 하는 기업 연구소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경쟁력과 연구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기업 연구소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민준홍 교수는 “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세일즈 같은 행정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나 역시 몇 개월간 인사팀에서 근무했다”며 “그러나 경영, 행정을 알지 못하면 연구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다. 따라서 행정업무는 오히려 좋은 경험이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이화여대 교수(나노과학기술학부)는 “연구원으로 취업하려는 제자들에게 ‘유연한 사고를 갖고 팀워크를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하던 연구를 기업 연구소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다. 또한 프로젝트별로 연구팀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초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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