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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인에 ‘우르르’… 윤리·고전은 ‘나 몰라라’
골프·와인에 ‘우르르’… 윤리·고전은 ‘나 몰라라’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7.10.08 1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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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_ 2학기 교양과목 인기·기피 현상

성, 건강, 스포츠, 리더십…

인기 교양과목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 내걸어야 하는 아이템이다. 물론 쉽고 재밌어야 하며 학점관리도 쉬워야 한다. ‘OO사상’,‘고전읽기’등 무거운 이름의 과목이나 기초과학과목은 외면받기 일쑤다. 대다수 대학들이 각 학문 영역별로 필수 이수학점을 정해 학문적 ‘편식’을 막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선택이 자유로운 교양선택과목의 쏠림현상까지 손 쓸 수는 없는 처지다. 이번 학기 한양대에서 개설된 교양과목 가운데 학생 200명 이상이 수강하는 인기과목은 ‘대중문화와 패션’, ‘공학인을 위한 CEO강좌’, ‘사교무용’, ‘교양 골프’, ‘영화의 이해’, ‘애니어그램의지혜와 리더십’ 등이다. 쉽고 흥미위주의 실용강좌다.

전남대에서는 ‘성심리학’, ‘성의 이해’, ‘현대사회와 스포츠’, ‘공학소양특강’, ‘한국경제의 이해’ 등이 1백50여명의 수강인원이 보장된 베스트 셀러 강좌다. 이런 추세는 부산대도 마찬가지다. ‘평생몸만들기와 건강생활’은 15분반에 모두 545명이 신청했고 ‘가족과 건강관리’, ‘영양과 건강’ 등도 인기다. 이번 학기에 ‘성의 과학’은 2개 분반에 학생 1백명 이상이 신청하는 등 7개 분반에 618명이 수강하고 있다. 가장 수강인원이 많은 강좌는 ‘생활과 경제’로 많게는 165명, 적게는 61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려대의 ‘포도주 개론’은 지난 2004년 개설된 이후 학기 마다 600~800여명이 몰리는 인기강좌. 이같은 수강 경향에 대해 양희준 고려대 교양교육실 과장은 “어떤 과목이 인기과목인지 기준을 정하는데 수강인원이 기준이 될수도 있다”면서도 “더불어 창의적이고 통합적으로 학문을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어떤 강의가 필요한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몰리는 강의가 있으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폐강’과목도 있게 마련이다. 성균관대 핵심균형교양과목 가운데 이번 학기에 폐강된 과목은 ‘한국고전문학’, ‘영미문화의 이해’, ‘과학기술과 사회윤리’, ‘종교와 사회’등이다.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은 “학생들이 힘 들이지 않고 학점 받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하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졸업생들로부터 고전과 기초학문 등 대학에서만 들을 수 있는 강의를 기피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역시 당장 쉬운 강좌를 선택한다”고 전했다.

부산대는 이번 2학기 교양선택과목 가운데 ‘지성과 윤리’, ‘문학과 사회’, ‘사회과학으로의 초대’, ‘세계의 분쟁지역’, ‘중국문화풍속사’, ‘중국사회와 문화’등을 수강인원 미달로 폐강했다. 양왕용 부산대 교양교육원장(국어교육)은 “각 영역마다 필수 이수학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영역으로 몰리지는 않지만 영역내에서 좀더 쉽고 실용적인 강의를 듣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제 2외국어 같은 경우에 독일어·프랑스어보다는 중국어·일어를 많이 수강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영역에서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교과목을 개설하거나 분반을 늘리는 것도 폐강사태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대의 경우도 수요예측이 빗나가 ‘과학과 기술 글쓰기’는 17분반 가운데 5개 분반이, ‘대학영어’는 63개 분반 가운데 9개 분반이 폐강되는 ‘쓴’ 결과를 맛봐야 했다. 교양강의가 가벼운 쪽으로 흐르는 데는 취업난으로 극심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작용한다. 김진해 경희대 교수(교양학부)는 “저학년때부터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강의만이라도 쉽고 재미있는 과목을 찾는 것 같다”면서 “사회적으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얇은 지식을 습득하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냐”며 학생들의 수강 경향을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물질문명이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수 있는 교양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교양교육 강화를 역설하지만, 이번 학기에도 무거운 교양강좌들의 폐강은 어김없이 계속됐다.

박수선 기자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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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he 2007-10-15 11:59:52
대학, 대학교의 교양교육은 과거 내가 학교를 다닐때에는 그저 학점을 따기위한 어쩔수없는 선택(?) 같은 것이었다.
그런면에 있어서 보면 교학(교)은 아직도 학생들의 요구사항과, 시대적 요구사항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매우 낙후되고 시대 비지향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말하자면 교양과목의 개설에 있어서 학생의 취향보다는 과거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수의 활용이나 가능한 학교시설에서 커버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쉽고 편하고
빠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스킨스쿠버, 골프, 댄스스포츠, 영화감상및비평, 와인만들기........뭐 이런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 필요한 부대시설의 고초와 어려움 때문에 혹...우리 대학(교)은 새로운 교양개설에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느.......연륜있는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해주셨다.....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직원, 교수, 그밖에 행정, 학습환경 상의 문제들에 있어서 이견을 보이고
그로인해 싸우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유에 대한 답에 대한 내용이다.
대학(교)에 필요한 인력(직원, 교수 등)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그 쉽고 명확한 답은....학생을 위해 필요한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가? 에 초점을 맞추면 해결된다는 아주 쉽고도 쉬운 답이 있다는 것이다.

혹 우리는 자신의 무사안일의 신념과 복지부동의 신념과 새로운 과목을 가르치지 않아도 살아갈수 있는 몇과목의 강의노트(PPT, Summary)로 울거먹고 울거먹고 있지는 않는가 ?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학교의 교직원도 역시 내가 뭔가를 하면 일이 만들어지고 그 일은 곧 다시 내일이 되니 일을 만들지도 말고 하지도 말자는 식의 생각으로 살아가지 않는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누군가 이럴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아휴 아무개가 OO대학에 직원으로 들어갔다며, 좋겠네.. 학교에 들어가면 공무원이란 똑같이 거의 평생직장이라던데....요즘은 교수는 짤려도...직원은 안짤리니까..."

한심하고 비통한 목소리지만.......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죄송합니다. 새로운 교양과목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우리의 그림자도 한번
되집어 보고자 두서없는 글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