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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가을호 리뷰] 문학과 현실, 극복의 논리를 찾아서
[계간지 가을호 리뷰] 문학과 현실, 극복의 논리를 찾아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7.10.0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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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지나갔다. 지나갔지만 또 올 것이다. 그 사이에 계간지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더러는  관성의 힘으로, 또 더러는 반작용의 힘에서! ‘계간지’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창작과 비평이 있는 잡지로 한정해서 훑는다.

<문학동네> 가을호. ‘우리시대의 새로운 빈곤, 새로운 소설’을 특집으로 삼았다. 그러나 특집보다 재미있게 읽히는 글은 남진우 편집위원이 쓴 「‘위기론’과 ‘종언론’을 넘어서」다. 그에 의하면, 위기론이란, 몇몇 문예지-집단에 대한 공격과 연관된 것으로, ‘공격’하는 집단은, 이 공격을 통해 속류 희생양 찾기 게임을 벌이는 것에 지나지 않다. “그들(주도적인 집단)이 있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논리는 뒤집어보면 그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위기담론을 생산 전파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므로, 공격하는 그들은 일종의 자기기만을 감추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기기만’의 위장술을 부리는 ‘공격’자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또 하나의 신생 문학계간지가 명함을 내밀었다. <문학의 문학> 창간호. 이어령, 이호철, 유종호, 박완서, 김윤식, 신경림, 황동규 제씨가 편집자문이고, 이근배 시인이 주간을 맡고 있다. ‘창간특집’으로 황석영을 조명했다. 5천만 원 고료 제1회 <문학의 문학> 장편소설 공모와, 계간 <문학의 문학> 신인 추천작품모집(소설, 시, 시조, 평론)도 내걸었다. 이들의 행보에는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제대로 짚어내야 한다. 문학의 진정성과 적확성도 점검해야 한다. 세계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품질과 생산력을 갖추고 있는가, 블록버스터 시대에 앞서 나가는 글감의 확대와 장르의 합종연횡을 꾀하는 역량을 작동시키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패러다임 모색 취지가 내걸려있다.

<오늘의 문예비평> 가을호. ‘한국문학의 소통을 위하여’를 특집으로 내놓았지만, 정작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기획 ‘비평의 관습’에 실린 송승철 한림대 교수(영어영문학과)의 「비평용어의 오역과 오용: 개념사적 접근」이다. 송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중요한 것은 번역의 타당성보다 용어의 진화과정 및 그 배후의 감정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개념사적 접근은 분석 단위로 단어보다 개념을 설정하고, 단어 차원의 적확한 번역과 엄밀한 사용보다 개념의 기준, 적용, 태도의 측면에서 개념 사용자의 의식을 살펴”야 한다는 것. ‘학술용어표준화사업’에 참여한 경험에서 나온 주장이라 솔깃하다.

<작가와 비평> 2007년 상반기호. 이들은 ‘민족문학을 다시 돌아본다’를 특집으로 내걸었다. 특집과 기획의 ‘힘’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비평>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글은 손종업 선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평론 「어느 노동자 시인의 시와 죽음 - 박영근론」이다. 그는 80년대의 노동자 시인으로 불렸던 한 시인의, 쓸쓸하고 적막한, 몇몇 문인 동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죽음에서 우리 문학의 빈 틈, 부재하는 공간을 비판하고, 시가 어떻게 소통되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짐작하건대 그의 이 비평은 문학시스템에 의해 ‘청탁’된 글이 아니라, 비평가 스스로가 자의식을 닦아서 쓴 빛나는 글이자, 비평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글임에 틀림없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 특집은 ‘신자유주의, 바로 알고 대안 찾기’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글 「신자유주의, 세계화, 한국경제」가 쉬우면서도 또렷하게 읽힌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시장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전제로 시장이 경제문제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문제에서도 최선의 대안이라는 시장만능주의 혹은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한 형태”로 이해한다. 이런 신자유주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케인즈주의의 자기한계가 있다. 유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가장 앞장섰던 뉴질랜드보다 국가가 나서서 열심히 지식투자를 한 핀란드가 더 경쟁력이 높고 세계화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면서 “우리나라가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답시고 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치닫는다면 이는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화는 지속될 것이지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이미 퇴조국면에 들었으며, 시장을 확대하면서도 또한 순치시키는, 좀 더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세계화가 향후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각론을 펼쳤다. 「대안체제 모색과 한반도 경제」에서 서 교수는 “한미FTA가 발효된다면 남북경협의 독자성 및 한국정부의 대북산업정책적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뒤, 남한경제만을 독자적 단위로 상정하는 일국적 모델은 대안체제로서 부분적인 타당성밖에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한반도 경제지도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황해문화> 가을호. 특집은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오늘’이다. 「진보의 다차원화를 위하여」를 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의 글은 <황해문화> 여름호에 실린 태혜숙 대구가톨릭대 교수(영어영문학과)의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와 그 주체들의 구성문제」에 대한 반론 글이다. 태 교수의 글은 <황해문화>49호(2005년 겨울)에 실린 조 교수의 「지구촌 민주주의」에 몇가지 오류를 지적한 반론 글이다. 지구촌 민주주의의 개념들 속에 타자를 배제하는 남성적 지식생산의 특징들이 내재해 있다는 태 교수의 비판에 대해 이번 가을호에서 조 교수는 자신의 논리가 차이를 배제하는 동일성의 소산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여성주의적 시각과 생태주의적 시각을 내부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내포적 심화’의 과제와, 그것이 지닌 비판성의 ‘외연적 확장’이라는 과제앞에 한국의 비판적 사회과학이 직면해있다고 강조한 부분에 태 교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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