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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중국인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學而思]중국인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 강재식/경희대·중국학
  • 승인 2007.09.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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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해부터 한국 역사 이래 가장 자주 ‘협상(Negotiation)’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매스컴에서 매일 현장 중계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여름은 탈레반 세력의 소행에 의해 우리 선교봉사단체가 인질로 억류되어 온 국민의 마음을 조리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협상’이라는 단어는 우리 생활에 아주 익숙해 질 만큼 가까이 다가오게 됐다. 그러나 우리와 최근접 거리에 위치하며, 오랜 역사상 교류의 끈을 놓지 않았던 중국, 그 중국인과의 협상을 우리는 애 닳고 땀나게, 바꿔 말하면 타자를 타자로서 인정하는 신중한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중국은 정치, 경제, 역사,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매우 친근한 국가이다. 그래서 종종 ‘친근함’으로 인해 그들의 사유방식을 ‘잘 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호감과 기대를 가지고 한국을 빠져나간 수많은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면서 역시 가장 많은 실패를 맞이하게 되는 곳이 중국인 것은 중국인과의 협상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린 대가인 경우가 많다.

적을 알면 나를 안다고 중국인이 보는 한국인과의 협상전략과 비교해 우리의 대 중국 협상 전략을 생각해보자. 중국인들이 돌려보는 내부문서에 한국인을 다루는 방법으로 ‘비사후례’라는 것이 있다.
자세를 낮추고 선물을 후하게 주어라, 즉 한국인 보다 낮은 태도로 중국이 개방된 지 얼마 안 되어 가난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한국인을 공손하게 치켜 올리며 선물을 듬뿍 안겨주어 자만심을 부추겨 한국인의 협상의지를 약화시키라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방의 장점을 한껏 부각시키거나, 예쁜 접대원을 대동하거나, 협상대표만을 단독으로 초청해 중요도를 과장하거나, 뇌물로 매수하는 방법 등을 쓴다. 이런 과정에서 상대방의 약점이 노출될 때를 기다려 약점이 노출되면 재빨리 상대방을 장악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이 제시하는 한국인과의 협상전략을 보면 중국인의 눈에 한국인은 허영심이 강하고 私利를 챙기는 형으로 비쳐 지는 것 같다.
그런데 역으로 중국인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비사후례를 쓴다면 우리는 협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인도 중국인 나름이라 단일민족인 우리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국가의 백성인 그들을 ‘중국인’이라는 한 마디로 통칭하는 것은 무리이다. 민족과 지역을 반영하는 문화권의 개념으로 중국을
쪼개 보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인이라는 총괄어는 차마 쓰지를 못하겠다. 우리나라와 가장 교류가 빈번하고 정치권력과 국가기업이 밀집한 베이징을 우선 예로 들어보자.

베이징 사람과의 협상에서 비사후례는 매우 위험하거나 실패하기 딱 좋은 협상법이다. 비굴한 자세의 아부와 칭송과 선물을 좋아하는 것이 인지상정일지 모르지만 베이징 사람과의 인지상정에는 ‘명분’과 ‘체면’이라는 모자가 반드시 씌워져야 한다.

쟝미엔즈(講面子 : 명분을 강조하고), 아이미엔즈(愛面子 : 명분을 중시하고), 정미엔즈(爭面子 : 명분을 따지고), 게이미엔즈(給面子 : 명분을 줌으로써 체면을 세워주고), 칸미엔즈(看面子 : 체면을 고려해주고)를 중시하고,  스이미엔즈 (失面子 : 체면을 잃고), 쑨미엔즈(損面子 : 체면이 손상되고), 메이미엔즈(沒面子 : 체면이 안서고)를 치욕으로 여기는 베이징 사람과 협상할 때에는 실리 위에 명분을 덮어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내년은 한-미, 한-유럽에 이어 한-중  FTA 협상이 예정된 해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애 닳고 손에 땀을 쥐며 박빙을 걷는 태도로 신중하게 중국인의 협상방식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협상전문가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강재식/경희대·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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