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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칠판’,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09.1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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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_ ‘김명희 展’ I 통인 옥션갤러리 I 9월24일까지

물방울 화가 김창렬, 붓자국 그림으로 유명한 이우환, 나무 화가 이순화는 모두 작품에서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고집하는 화가들이다.

김명화의 트레이드 마크로는 단연‘칠판화’를 꼽을 수 있다. 칠판을 캔버스 삼아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용과 유사한 오일 파스텔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진한 초록색 칠판 위에 극사실주의로 그린 그림은 칠판 자체의 짙은 색과 어울리면서 묘한 색감을 만들어냈다.

김명화가 버려진 칠판에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강원 내평리 폐교에 입주하면서였다. 17년간의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남편인 김차섭 화가와 함께 소양호 외진 기슭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튼 것이다. 요즘 많은 작가들이 폐교를 작업실로 이용하곤 하지만 김명화 작가가 그 원조 격이다.

떠나가버린 아이들과 그들의 숨길이 베여 있는 교실, 지우개로 지워도 하얗게 묻어나는 분필 자욱의 칠판은 그 자체로 향수다. 산골학교의 아이들과 들풀 풍경 속에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기억을 소중하게 담아냈다. 마치 그들의 영혼이 여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배원정 기자 wjba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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