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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騷音의 저편
[딸깍발이]騷音의 저편
  • 김형중 / 편집기획위원·한국외대
  • 승인 2007.09.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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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와 밤새워 씨름한 기상청 예보관들의 잠 못 이룬 밤을 모르는 바 아니나, 텔레비전 뉴스후반부에 나오는 8월 중순의 일기예보는 땜질용에 가까워 붉은 태양이 비구름으로 슬쩍 바뀐 그래픽은 보기에도 민망했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수치화된 엘리뇨를 빗댄 기상이변이라는 변명으로 보이는 예보관의 판박이 설명 역시 우리의 상식수준을 넘어서는 기상이변의 8월이었다.
장마는 9월까지 계속됐다. 하지를 지난 6월 말부터 농부들은 냉해피해를 걱정했다. 데이터 분석에 익숙한 이들은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으나, 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은 앞마당 풀어놓은 “황구의 털갈이가 늦어진다”며 농작물 냉해를 우려했다. 경우의 수를 총망라한 기상청 대용량 컴퓨터의 연산결과가 논 몇 배미나 손바닥만 한 텃밭을 일구면서 사시는 경험 많은 70줄 노인이 가끔 내뱉는 한 마디 장탄식보다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여름을 더욱 칙칙하고 짜증나게 한 것은 두 달이 넘게 지속된 가짜교수 사건의 확대생산이었다. 사건보도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곳저곳의 학력 부풀리기가 튀어나왔다. 특종을 찾아 나선 젊은 기자들의 이어지는, 소득 없는 취재는 비인증대학 학위취득과 학력세탁으로 포장한 가짜교수를 채용한 학교들의 묵인과, 세칭 일류학교들이 위신추락을 우려한 나머지 언론사주를 사주한 보도차단과 무관하지 않다. 우려한 대로 권력의 핵심과 전화통화를 부인하는 사판승의 목소리는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으나 해당학부나 인사담당 교수들은 거센 폭풍우에 몸을 낮추고 입을 닫은 듯했다. 2년 전 줄기세포 논문조작은 생물학도들이 찾아냈다. 아직 미술계는 고요하다.
이 시끄러운 8월 한가운데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세종솔로이스츠 (Sejong Soloists)’가 그들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열정과 노력으로 뭉쳤다. 뉴욕에 있는 줄리아드 음악원에 1981년부터 재직해온 강효 선생님이 기획하고 또 강원도와 KBS가 주최한 대관령음악제에는 그 젊음과 순수 또 열정이 담겨있다.
상주 현악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를 축으로 8월 3일부터 26일까지 30여회의 음악회가 있었고, 7개의 초연작품, 18개의 마스터 클래스, 음악가와 대화, 8월초 첼리스트 알도 파리소를 기념하는 국제콩쿠르도 있었다. 개막연주를 빛낸 멀티미디어아티스트 노만 페리맨은 비디오아트라는 장르를 8개 대형화면에 음악연주에 맞추어 동시에 펼치면서 관중을 음악과 비디오아트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공연예술로 초대했다. 고전작곡가 바하, 베토벤, 드뷔시 또 현대작곡가 쇤베르크, 리게티, 콜리호브, 탄둔까지 시대를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한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됐다. 특히 현악앙상블 반주에 몸을 실은 유연한 소프라노 유현아의 연주는 열대야에 지친 청중들의 영혼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8월 용평리조트 눈마을홀에서 펼쳐진 연주는청중과 방송을 통해 접한 청취자들에게 울려 변화의 그 순간들을 각인시켰다고 믿는다. 대관령음악제가 펼치는 매직은 정말 대단하다.

 

김형중 / 편집기획위원·한국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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