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45 (금)
[예술계풍경] 가인로 특별기획 ‘동감 전’
[예술계풍경] 가인로 특별기획 ‘동감 전’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0.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10-30 10:31:33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갤러리 ‘가인로’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장신구 전문 공예 화랑이다. 기존의 화랑과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은, 장르를 ‘장신구’로 전문화한 것 말고도 공간 자체가 몹시 독특하다는 데 있다. 유리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20여대의 쇼케이스가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데, 대개 부피가 크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신구 공예를 최대한 살려 보여줄 수 있도록 투명하고 섬세한 공정으로 이루어진 작업장이다. 갤러리 가인로는 예술작품만을 다루지 않고 패션 디자인, 보석 가공, 디자인 연구 등 예술산업과 공예를 연결해온 산업화랑이기도 하다.

‘세계의 예술대학 시리즈’라는 특별기획을 통해 그 동안 이태리와 미국의 예술대학 동문들을 초청해 장신구 기획전을 열어온 갤러리 가인로가 세 번째 특별기획 초대전을 열었다. 이번에 초대받은 이들은 일본 현대 예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동경예술대학 공예과 동문들. 동경 예술대 대학원에서 금속공예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단국대 예술학부에 재직중인 조성혜 교수와 권주한 대구대 공예학과 교수, 2001 대한민국 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양희 대구 가톨릭대 교수 등 다섯 명의 한국인 동문과 동경 예술대학 강사인 시노하라 이쿠오, 이시바시 마사노리 등 네 명의 일본인 동문의 작품이 촘촘히 전시된다.

이들 동문들이 동경 예술대학에서 함께 수학하며 배운 공예의 정신이란, 번쩍이는 금속과 고요한 나무, 차가운 돌과 따뜻한 인간이 이질적으로 나뉘지 않고 함께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조화이다. 즉 인간의 삶과 생활과 유리된 ‘공예를 위한 공예’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좀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살아있는 조각이다. 삶에서 묻어나는 느낌과 경험을 돌 하나에 담아내는 작업은 그만큼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또한 차가운 금속이 형태를 입고 색을 입었을 때 빚어내는 화려한 아름다움은 적잖이 크다.

조각 혹은 공예를 떠올릴 때 큰 빌딩 앞에 우뚝 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무심한 조각만을 상상한다면, 장신구라면 값비싸고 불필요한,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치스러운 것으로만 생각해왔다면 가인로 갤러리에 들러 이들의 작품을 한번 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란 참 다양하고 조각가의 손은 참으로 섬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11월 7일까지 열린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