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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에코(Eco)가 미래다
[대학정론]에코(Eco)가 미래다
  • 최재천 / 논설위원·이화여대
  • 승인 2007.07.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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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동아시아생태학대회(EAFES)와 Eco-Summit 회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세계 여러 나라 생태학회의 회장들이 대거 참여하여 학문으로서의 생태학의 미래와 사회공헌 방안에 대하여 폭 넓은 논의를 벌였다. 이번 베이징 회의에서 나는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느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태학자들이 모이면 그저 환경파괴를 고발하고 연구비 부족을 규탄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번 베이징 회의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제 드디어 생태학과 환경과학이 21세기 학문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음을 확신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세계적인 미래학 포럼들은 향후 20~30년간 세계시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환경산업과 에너지산업을 꼽는 데 완벽하게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10~15년 내로 IT 시장은 그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대부분의 제조업은 나노과학의 영역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이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까닭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세계기후변화가 적어도 21세기 전반부의 산업과 학문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지난 6월 5일 조선일보에는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플러 부부와 서강대 손병두 총장의 대담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의 제목은 거침없이 “IT 다음은 생태학…복지, 건강이 다가올 시대의 화두”였다. 생태학을 비롯하여 복지와 건강에 관련된 분야는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뿐 아니라 우리를 먹여 살릴 차세대 주력산업으로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선진 50여 국가들은 미래전략청을 신설하여 장기적인 국가전략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그 계획들도 한결같이 삶의 질과 건강한 환경을 위한 연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에코(Eco)가 우리의 미래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IT와 BT가 생태학, 건강과학, 사회복지학 등과 융합되고 있다. 서구의 생물학과들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분자생물학과 생태 및 진화생물학을 고르게 가르치는 통합생물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화여대가 가장 발 빠르게 금년 3월부터 우리나라 최초로 에코과학부를 신설하여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3년 전부터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 현재에는 16억 규모의 사업이지만 2~3년 내로 100억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조만간 다른 대학들과 정부 부처들도 거대한 에코의 물결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재천 / 논설위원·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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