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50 (토)
대학 유상교육 전환, 영어 필수·경제분야 선호
대학 유상교육 전환, 영어 필수·경제분야 선호
  • 하성업 / 러시아통시원·모스크바국립항공대 박사과정
  • 승인 2007.06.23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동향] 러시아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대학가의 변화

 
20세기의 경제적 암흑기
300여년의 로마노소프 왕정시대를 지나던 러시아는 외형적으로는 많은 문화적, 경제적 성장을 통해 거대한 러시아제국을 이루었으나, 이러한 성장의 혜택은 소수의 지도층에게만 있었을 뿐 농업에 주로 종사하는 대부분 국민의 생활은 크게 진전하지 못하였다.
또한 이러한 급진적인 성장을 위해 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강요되었으며, 이를 반발하는 세력에 의해 크고 작은 시위와 혁명이 벌어졌고, 결국 1922년 제국은 몰락하고 러시아 땅에는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이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왕정이 아닌 국민의 대표에 의해 나라가 이끌어지면 좀 더 나아지리라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회주의 지도부는 독재와 폭정을 시행하였고, 소련연방은 군사적으로는 힘이 있는 나라가 되었으나, 경제적으로는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20세기 말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러시아연방이 출범하였고, 그 과정 중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개혁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보수파의 강경한 정치적 저항과 고질적인 부패의 고리로 인하여, 그들의 개혁은 성공적으로 이끌어지지 못하였다. 심지어 1998년 러시아연방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기에까지 이른다. 이것이 20세기의 러시아 모습이다.

21세기 다시 기지개를 펴는 러시아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러시아는 그동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푸틴정권이 들어서는 2000년을 계기로 러시아는 고도성장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가스와 오일 수출의 호조로 국민총생산(GDP nominal)은 2000년에서 2005년까지 2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주가(RTS.RS)는 2000년 이후 2007년 현재까지 거의 10배 정도 상승하였다. (동기간 한국의 국민총생산 증가는 약 0.5배, 주가(KOSPI)는 약 2배 증가하였다.)
고도성장에 대한 부작용으로 나타난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구매력 평가에 대한 국민총생산(GDP PPP) 증가는 이에 미치지는 못하였으나, 이 수치 역시 한국의 성장률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고도 경제성장은 러시아를 세계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관심 한가운데 놓기에 충분했고, 러시아는 브라질, 인도, 중국과 더불어 “BRIC’s”라는 이름으로 세계 4대 신흥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급격한 성장에 대한 부작용
급격한 고도성장은 이에 반하는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물론, 비균형적인 임금상승은 사회구조의 불균형까지도 초래하고 있고, 제조업이 뒷받침 되지 않은 지나친 에너지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결국 수많은 돈이 산업으로 재투자되지 못하고 부동산에 몰림으로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 또한 야기하였다.
러시아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에너지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불균형적인 임금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사회주의 체제를 지내왔던 기성세대에게 자본주의 경제구조는 아직까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인식되고 있다.

빠른 사회 변화에 대학가 혼란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와 경제성장은 국민들이 미처 적응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 변혁 속에서 대학가 역시 매우 급격한 구조적 변화과정을 겪고 있다. 먼저 사회주의체제에서 무상교육이었던 대학은 더 이상 무상이 아니다.
성적우수자에 대한 전액지원의 폭은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나, 기본적으로 대학은 유상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의 경우 취업 후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분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영, 경제대학 및 관련대학원 등 경제관련 분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제2외국어의 선택에서는 영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에서 영어는 적국의 언어로 일부 관련학과에서만 교육되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국민은 알지 못하는 언어였으나, 지금은 필수 외국어로서 젊은 층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반대로 졸업 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해당되는 분야의 경우, 대학의 학과 운영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의 교수요원은 저임금으로 인하여 새로운 젊은 교원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영예로운 자리였던 교수요원의 자리는 낮은 임금으로 인하여 젊은 피를 제대로 수혈 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교수요원에 대한 임금상승을 약속하고 있으나, 아직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이로 인한 교수요원에 대한 노령화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

대 변혁의 시기 마주할 러시아
러시아는 앞으로 2개의 큰 변혁기를 또한 앞두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과 곧 예정되어 있는 WTO(세계무역기구)의 가입이 그것이다.
2000년 당선 이후 러시아의 부흥을 이끌며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푸틴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과연 누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될 지, 어떤 경제정책과 어떤 교육정책을 들고 나올지 많은 관심이 국내외에서 쏠리고 있다.
또한 외국에 대한 투명한 경제개방을 뜻하는 WTO의 가입이 러시아의 경제사회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러시아 대학의 많은 기본적인 문제들은 단순히 대학 내 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불균형화 되어 있는 업종간 소득격차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러시아의 사회지도층은 물론 일반국민들이 얼마나 사회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경쟁의 자본주의를 올바로 이해하고, 지금까지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이를 바르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하성업 / 러시아통시원·모스크바국립항공대 박사과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