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8:15 (일)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북유럽 모델’ 유효성 여부 견해차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북유럽 모델’ 유효성 여부 견해차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6.11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항쟁’ 2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지상중계<2>

신자유주의는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관해 많은 논란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자들은 민주화 이후 정권들이 정말 ‘신자유주의적’이었는지, 신자유주의는 반드시 타도대상이어야 하는지, 북유럽 모델은 얼마나 유효한지 등 여러 지점에서 견해차를 보였다.

이정우 교수 “참여정부, 신자유주의 정부 아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하며 참여정부 초기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노사관계연구본부장 등 ‘관’을 거쳐본 연구자들은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했고 복지예산을 늘렸으며 (부유층에 불리한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개혁했는데 꼭 신자유주의라고 볼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도 “스페인 곤잘레스 정권이나 호주 노동당은 자유주의적 개혁을 했음에도 좌파 정권이라 불린다”며 균형있는 평가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홍석만 진보전략회의(준) 운영위원장은 “강압적으로 FTA를 체결하고 노동계를 파편화시키는 정권이 어떻게 신자유주의 정권이 아닐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배성인 박사 “올해 최대 격변기로 기록될 수도”

진보 진영의 여러 토론자들은 신자유주의화에 반대했다. 이광일 교수는 “우리 주변을 보면 절반이 비정규직, 실업 등 신자유주의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이라며 “신자유주의는 이념일 뿐 아니라 이미 현실적 권력”이라고 말했다. 배성인 한신대 강사(국제관계학과)는 “한미 FTA 협상 추진에서 본 것처럼 폭력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가 완성될 올해는 87년 이후 최대의 격변기로 기록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자유주의적 개혁의 성과들조차도 실종되고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후퇴가 예상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신자유주의를 기준으로 하는 이분법은 위험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호응을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이라는 관점에서 신자유주의를 분석할 수도 있는데 무턱대고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송호근 교수도 “세계 10위의 무역 국가가 신자유주의를 생존 조건으로 하지 않고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영·미식 신자유주의화의 대안으로 흔히 거론되는 ‘북유럽 모델’에 대한 논쟁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진원지는 역시 참여정부의 싱크탱크를 거친 연구자들이었다. 북유럽 모델의 한국 사회 적용을 연구해온 이정우 교수는 “스웨덴도 우리처럼 재벌주도적이고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사민주의의 정착을 통해 양극화 없이 세계화의 파도를 타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훈 중앙대 교수(정치학과)는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안보 측면에서 주변화되는 것을 감수하고 자기 모델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한국은 ‘안보적 난쟁이’가 되는 것을 결코 감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배규식 본부장은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염두에 두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홍석만 위원장을 겨냥해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은 영·미와는 다른 자유주의적 계획을 실천했다”며 “무역에 크게 의존했던 스웨덴이 높은 사회복지 수준을 유지했던 것에서도 보듯 개방이 반드시 나쁜 신자유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유럽의 경우 제국주의 시절 많은 자본을 축적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으며 한국적 토대에서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