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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회 확장’ 평가, ‘상업화’ 우려도
‘교육기회 확장’ 평가, ‘상업화’ 우려도
  •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 승인 2007.06.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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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세계고등교육 산책]고등교육기관의 민영화 바람

1990년대 이후 세계 고등교육이 시장경제에 맡겨지기 시작하면서 고등교육의 민영화가 하나의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학생 중에서 사립대학생 비율이 더 높은 나라로는 우리나라,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 3개국과, 벨기에와 스페인 등 유럽 2개국, 그리고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남미 2개국 정도였다. 미국은 대학 수로는 사립대가 더 많지만 등록생 수를 보면 공립대학이 60% 정도 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고등교육까지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립대학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대학생의 생활비까지 지원해주었다.

고등교육의 민영화란 공공기관이 제공하던 고등교육서비스를 민간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공립 위주의 고등교육체제를 가지고 있던 국가에서의 민영화는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공립대학도 등록금을 부과하게 하면서 국가의 통제를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공립대학 교육비는 무료로 하되 사립대학 설립을 권장하거나 방조함으로써 사립대학생의 비율을 늘려가는 방식이며, 셋째는 첫째와 둘째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넷째는 공립대학을 민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더 넓게는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도 민영화의 범위에 포함시킨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첫 번째 방향을 택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공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도 자국민으로부터는 등록금을 받을 수 없게 하고, 대신 외국 학생들이 비싼 교육비를 지불하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어서 첫 번째 경향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그 성격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미미하지만 사립대학도 늘려가고 있다. 독일도 2005년 1월에 대법원이 연방정부의 등록금 부과 금지령은 주정부에 교육권을 부여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각 주의 방침에 따라 자유롭게 등록금 부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바덴-뷔템버그 주를 비롯한 6개 주가 등록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향후 등록금을 부과하는 주와 등록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두 번째 경향에 속하는 국가에는 멕시코, 칠레, 엘살바도르,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와 포르투갈을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 등이 있다. 그리스 의회도 2007년 3월에 사립대학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빠른 속도로 사립대학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1990년대 이래로 약 1천5백개의 사립대학이 세워졌는데 아주 소규모대학부터 수천 명의 학생이 다니는 국제적 수준의 대학까지 그 규모나 질이 아주 다양하다.
법적으로는 영리형 대학 설립 운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 10여 년간 사립대학 설립을 권장한 결과 대학생의 40%가 사립대학에 재학하게 되었다.
세 번째 방향 즉, 공립대학에 등록금을 부과하면서 사립대학의 설립도 권장하는 국가로는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연방에 속했던 국가, 중국과 몽골 등의 아시아 국가,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카메룬, 가봉 등의 아프리카 국가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몽골과 러시아는 정규 공립대학생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부과하지 않고, 입시에 떨어진 학생 중에서 공립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만 높은 금액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몽골의 경우는 대학교육비와 대학생 생활비까지 국가가 대주던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 이제는 국립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마저 끊고 사립대학 설립을 거의 아무런 제약 없이 허용하는 또 다른 극단적인 시장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넷째로 공립대학을 사립화 하는 사례로는 국가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일본, 한국, 그리고 몽골과 대학이 스스로 민영화를 선언하고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일부 미국 전문대학원 등을 들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대학 법인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고, 몽골은 아예 2개 국립을 사립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일부 주립 대학 내의 전문대학원이 사립 전문대학원과 경쟁하기 위해 스스로 민영화를 선언하고 있다. 가령, 미시간대학과 버지니아대학은 법학대학원과 경영대학원을 민영화하여 주의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대신 등록금을 사립대학 수준으로 인상하였다. 주정부의 지원에 한계를 느낀 캘리포니아 대학(U.C. at Berkeley) 법대학장도 법대의 일부 민영화를 추진하여 예산 확보 및 사용의 자율권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고등교육 민영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국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급증하는 고등교육수요를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 공공 재정의 한계,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 다양한 고등교육 수요 충족 필요, 그리고 사립대학과 경쟁하기 위한 공립대학의 재원 다양화 욕구 등으로 나뉜다.
민영화 추세 결과 국가 내의 고등교육기회 확장, 고등교육 다양성 증가, 공립대학의 효율성 증가 등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질 낮은 고등교육기관 증가, 고등교육에 대한 자본의 영향력 강화, 교육기회균등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민영화는 궁극적으로 고등교육기관의 목표를 상업적인 것으로 변모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화처럼 고등교육 민영화도 막을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민영화라는 바이러스가 가져올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보인다. 민영화 정도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에 있는 우리나라는 그 결과 고등교육의 질이 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는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의 지원과 책임을 상대적으로 더 높여가는 것이 세계 추세에 발을 맞추는 것이 될 것이다.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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