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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선 ‘불필요한 인력’ 거부...학과 정비하고 교육강도 높여야
사회에선 ‘불필요한 인력’ 거부...학과 정비하고 교육강도 높여야
  • 교수신문
  • 승인 2007.06.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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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백종현 서울대교수 ‘한국 인문학 진흥의 한 길’

곧 발행될 <지식의 지평>(한국학술협의회刊) 두 번째 호에서 기획특집 ‘인문정신과 인문학’을 다뤘다. 이 가운데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과·사진)가 쓴 ‘한국 인문학 진흥의 한 길’ 일부를 발췌 요약해 싣는다.

인문학은 그 형성 역사가 말해주듯이 직업적 학문이 아니며, 인문교육은 직업교육일 수도 없고 직업교육이어서도 안된다. 약간의 사회적 수요가 있다 해도 인문학부의 학사과정을 이수한 것만으로는 직업적 연결이 잘 안 되는 것이 인문학부의 원래 성격이다.
지금 인문학부 졸업자의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아 인문학부 지망자가 줄어들고 있다면, 그것은 인문학부가 사회적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을 배출했거나 어디에도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의 능력밖에는 배양하지 못한 것이 첫째 이유일 것이다. 즉 인문학 지망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뭣 모르던 시절 ‘번성했던’ ‘인문학부 내 특정 학과 교수나 동창’들에게만 위기이며 일반 사회로 보면 불필요한 인력양성의 거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한국 인문학 진흥을 위해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첫째, 대학의 인문학 관련 학과를 정비하고 교육과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사과정에서 ‘학사 완결형’ 교과과정과 ‘대학원 연계형’ 교과과정을 운영하되 최근 4년간 졸업생의 10% 이상이 동일 학계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은 대학은 학과(전공)별로 반드시 학사 완결형 교과과정을 제공한다.
또 인문계 대학 졸업자가 중등학교 교사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단은 인문대의 교과과정과 사범대의 교과과정을 부분적으로 통합해 운영하다 준비기간을 거쳐 학사과정에서 사범대를 폐지하고 중등교원 양성은 사범전문대학원에서 한다. 이는 악화 일로에 있는 중등학교 교육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졸업생의 10% 정도만 교직에 진출할 수 있는 사범대의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대학원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재원이 경주돼야 한다. 대학들은 그 물적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능력에 알맞은 만큼만 학생을 받아 교육해야 한다. 대학별로 전임교수 1인당 석사과정 2명, 박사과정 1명 이내의 학생만 지도하게 하거나 지도학생 수는 정원 내에서 정하되 최소한 석사과정 2명, 박사과정 1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최소생활비를 보장해야 한다(교육부나 대교협 등 책임있는 공공기관이 자금 마련).
둘째, 인문학자의 기본적인 사회적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인문학도는 우선 자기 사회의 문화유산을 전승할 책무를 가진다. 한국에서 수련 받는 인문학도는 한국 고전문헌 해석이 가능하도록 전공과 상관없이 거의 의무적으로 한문을 습득해야 한다. 그리하여 예컨대 한국 사회에 독일 대학 출신 철학박사와 한국 대학 출신 철학박사가 어울려 활동하면, 한국 사회 사람들은 서양의 고전 문헌도 해독할 수 있고 동양의 고전 문헌도 해독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한국 대학이 배출한 철학박사가 미국에 가서 활동하게 되면 미국 사회 사람들도 동양 고전을 해독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이것이 문화유산의 전승 확산 방법이다.
셋째, 자신의 이론을 세워야 한다. 인문학은 전승문화의 보존 못지않게 창의성을 생명으로 한다. 인용문의 연속인 글만을 써대는 사람을 진정한 인문학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보다도 더 중국적인 인문학을 하려고 갖은 애를 쓰더니 어느 때부터인가는 미국 인문학을 모방하는 데 일생을 다 보낸다. 慕華思想家가 주류를 이뤘던 한국 인문학계가 慕洋思想家로 가득 채워진 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위기’다.
넷째, 인문학은 ‘자유의 학문’임을 실상에서 보여주자. 인문학은 자유의 학문이라고 하면서 그 자유의 학문을 강요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도중에 싫다고 하는 학생들을 왜 붙들고 있으려 하는가? 제아무리 시장경제 사회라 해도 인문학에 심취하는 소수의 사람은 있다. 진정으로 자유인이고자 하는 이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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