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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지식인과 몸값
[딸깍발이]지식인과 몸값
  • 교수신문
  • 승인 2007.06.04 1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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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가 어느 기획사와 계약을 하게 될까 관심이 집중된다 싶더니 올리브 나인 대형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계약액만 자그마치 4백억. 한 명의 엔터테이너의 가치가 웬만한 중소기업체 규모다. 올리브 나인의 경우 비 영입설에 주가가 11%나 치솟았다.
놀랄 일도 아니다. 연봉과 계약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몸값이란 말로 부르기도 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연봉은 곧 몸값이며 몸값은 그 사람의 전문능력, 능력에 따른 영향력과 주변의 시너지효과까지를 다 매김 하는 숫자다. 아나운서들이 소속 방송사를 나와 ‘프로’로 전향하자 방송사에서는 배신이라고 그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프로’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들은 ‘몸값’을 스스로 만들고 또 스스로 키우기 위해 ‘그야말로’ 몸을 바친다.
자신의 몸값을 더 불리기 위해 대학생들은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온다. 제2 제3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능력인증시험, 컴퓨터 급수시험을 준비한다. 사실 기여 입학제를 반대한다고 하지만 학생들도 좀 더 좋은 교육여건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빔 프로젝트, 비디오·오디오, 학생 좌석 모두에 설치되는 소프트 프로그램 등.
한국 메이저 K 대학에서는 한국 굴지 그룹 S기업이 학교에 큰 건물을 지어준 것에 감사해서 명예박사학위를 주려 한 일이 있었다. K대 학생들은 이에 반대해 S 그룹 회장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시위를 했다.
그러면서 K대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에 멋진 건물이 있는 것을 한결같이 자랑스러워한다. 강남 여고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대학이 과거 Y대에서 K대로 바뀌었단다. 그건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학교 건물과 캠퍼스 때문이란다.
지방대에서는 학생들 유치문제로 학교 존립을 걱정하는 반면 메이저 대학에서 총장은 교수에게 연봉 올려 줄테니 제발 다른 학교로 가지 말라 부탁한다. 홍콩대학 같은 데서 능력 있는 교수들을 높은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가기 때문.
최근 한국의 K대에서는 미국 10대 로스쿨을 나온 사람을 교수로 영입하려 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를 데려오는 데 대학에서 제시한 연봉은 세계적인 수준이 되지 못했던 탓. 바야흐로, 우리는 ‘교수 몸값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돈’이야기를 하면 상대를 속물처럼 바라본다. 특히 지식인(먹물)들은 더 심하다. 그러면서 다른 대학 교수 임금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눈을 반짝거린다. 정년 후 퇴직금을 연금형식으로 받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형식으로 받을 것인가. 명예퇴직이 금전적으로 유리한가 아닌가. 교직원연금제도는 몇 십 년이 지나도 안전할까 어떨까.
오, 그런데 우리는 딸깍발이가 아닌가. 남산골 선비의식으로 꼿꼿하고 청렴하게 물질적 안위를 물리쳐야 하는 바. 세상적인 명리를 멀리해야 하는 바. 사실 지식인과 자본의 불화관계는 일제 강점 하 지식인들의 경제적 무능과 관련 있다.
식민지하 지식인들은 그들이 습득한 계몽선진문명과 반대로 실제 생산노동현장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된 존재였다. 열등민족이라는 좌절감 속에서 가난에 대한 자족과 낭만적 룸펜의식이 생겨났다. 유교적 관념론은 절제와 안빈의 도를 더욱 부추겼다.

이제 근대 지식의 가속화 속에서 지식, 지식인은 또 다른 ‘프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일인 기업(한류연예인), 일인 매체(UCC), 일인 특성화(개인기) 시대가 되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칸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화 시대 한국 교수의 경쟁력은 어떤가. 세계적인 몸값을 생각한다. 

김용희/편집기획위원 평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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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2007-06-11 10:54:01
전도연의 몸값과 교수의 몸값...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