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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에 푹 빠진 노학자 "미술사 수업도 듣는다네"
청강에 푹 빠진 노학자 "미술사 수업도 듣는다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4.30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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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고 싶었습니다 :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

학문하는데 늙고 젊음이 상관있을까. ‘문화인류학의 대가’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72세·사진)를 보면 나이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지적 자극이 새록새록 샘솟는다고 하니.

강 교수는 ‘지적 열망을 채우기 위해’ 학생신분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학기 이훈상 동아대 교수의 강의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했고 지금도 인터넷 강좌를 듣고 있다.

“독자들이 제 소식을 궁금해 한다고요? 잘 살고 있습니다(웃음). 대학원생들과 세미나를 계속하고 있고 지난학기엔 동아대에서 미술사 수업을 청강했어요. 지금은 계명대 강의를 인터넷으로 듣고 있고요. 4년 동안 문화인류학 강의를 해 왔고….”

건강을 물었지만 “얼마 전 허리를 삐끗했지. 건강 조심해야합니다”라는 말만 하곤 다시 청강 얘기로 넘어간다. “그 수업이 음악문화협동과정에 개설된 것이었는데 악기를 다루는 학생들에게 미술사를 가르치니 기상천외하더라고. 학생들만큼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강 교수는 30여년간 ‘대대문화 문법’을 연구해 왔다. 한국전통사회를 예로 들면 父子적 인간관계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중요한 형식으로, 부모가 자애로 자식을 대할 때 자식은 효로서 부모를 대하는 것을 ‘대대를 이룬다’고 풀이하는 식이다. 이때 부자적 관계의 모든 형식이 인간관계 지각의 기본이 되며, 대대적 관계를 놓고 볼 때 상대(對)의 기대(待) 속에서 어떻게 화합할 것인지가 중요한 덕목이라는 이론이다.

문화인류학 연구 1세대로서 나름의 이론체계를 갖췄지만 학문엔 끝이 없다고 한다. 다시 청강 얘기로 넘어가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이 미술을 공부하는 수업현장 자체가 하나의 인류학적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학제적 접근을 통한 인류학 작업 과정에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일찍이 학제 연구의 필요성을 간파해 실행에 옮긴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일이다. 참석자는 스포츠 분야 종사자가 아닌 인문사회학자들이었다. “문화적 충격과 새로운 경험이 세계화 시대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모든 인종, 국가가 모이는 서울 올림픽이 열릴 즈음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고 강 교수는 회상했다.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그가 현재 주목하는 것은 지방의 학문전통을 만드는 일이다. “지방의 훌륭한 학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을 격려하고 이끌면서 지역학파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해요.”

대화가 끝나갈 무렵, 강 교수가 최근의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언급한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어요. 성숙하지 못한 민족주의, 이민자 문제 등을 인류학자로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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