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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강' 묘책 찾는 대학들
'폐강' 묘책 찾는 대학들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3.2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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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요? 어쩔 수 있나요, 본부 방침에 대해 시간 강사가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죠. 물론 학점 따기 쉬운 과목들만 골라 듣는 학생들도 좀 야속하지요.”

모 대학에 개설됐다가 정원 미달로 폐강된 ‘인류학개론’을 맡기로 했던 강사의 말이다. 이번 학기에도 여지없이 대학가에는 폐강된 강좌들이 속출했다. 폐강은 강의 책임시수를 채워야 하는 교수들에게 불안감을 줄 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도 빼앗는다. 또 강좌 재배정 등으로 대학 본부의 행정력 낭비와 재정 손실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대학들은 묘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수강신청 이전에 학생들의 수강 수요를 예측해 강좌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 것. 한양대는 최근 몇 년간 수강인원을 감안해 강좌 개설 여부를 정한다. 교양 강좌의 경우 수강신청 인원이 20명 미만이면 폐강되지만 수강신청 이전에 ‘폐강될 것 같은’ 강좌는 아예 개설되지 않아 실제로 폐강되는 강좌는 많지 않다. 이번 학기에는 교양강좌 중 3개의 강좌만 폐강됐다.

영남대는 효과적인 수강 수요예측을 위해 이번 학기부터 예비 수강신청제도를 전면 실시했다. 이 제도는 정식 수강신청기간보다 2주 앞서 가상 수강신청을 받고 이 결과에 나타난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개설 교과목의 수를 조절하는 제도다. 영남대 수업팀 관계자는 “30~40%의 학생들만 예비 수강신청을 해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지난 학기보다는 폐강되는 강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인원이 적더라도 가급적 폐강시키지 않는 학교도 있다. ‘비인기과목’이라고 해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대의 경우 수강신청 학생이 20명 미만이면 폐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교무처에서 일방적으로 폐강시키지 않고 개설 학과 측의 의향을 묻는다. 이 때문에 개설 학과가 원하면 수강 인원이 10명이라도 강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학기 이 학교의 교양선택 강좌 중 폐강된 강좌는 2개뿐이었다.

수강 수요가 적은 강좌를 일괄적인 폐강 기준에 따라 폐강시키지 않고 격학기 혹은 격년으로 개설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을 활용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최태룡 경상대 교수(사회학과)는 “격년제 강좌 개설에 따라 교수증원 요구가 불거져 나올 것이라고 판단되면 대학은 대개 예산 문제를 이유로 격년제 강좌를 개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경우 어떤 강좌가 수강신청 인원 미달로 폐강 대상이 되면 ‘계속강의승인신청’을 통해 격학기 혹은 격년으로 강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지만 모든 강좌가 승인받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측은 “한 학기 평균 40~50개의 폐강 대상 교양강좌 중 20~30개 강좌가 격학기 혹은 격년으로 개설된다”고 밝혔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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