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1:10 (일)
[학이사] “독불장군은 필요 없다”
[학이사] “독불장군은 필요 없다”
  • 전도영 서강대
  • 승인 2006.12.0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융합기술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키워드는 한 마디로 융합이다.

현재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인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정보기술(IT) 등도 기술 장벽을 극복하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나노정보기술(NIT) 또는 바이오정보기술(BIT)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에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융합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 덕목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히, 로봇분야는 융합기술의 총체적인 발전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대표적 사례라 할 만 하다.

로봇 분야는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한 분야지만, 사실은 복잡다단한 융합기술이 두루 분포해 있는 고난도 학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로봇을 전공하려면 대학의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은 몸체와 팔을 이루는 기구부, 위치와 물체인식을 위한 센서, 모터 등과 같은 구동부와 제어부 및 여러 상황을 판단하여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와 전기공학과 등에서 로봇관련 내용을 다루며, 연구하는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학과에 분포돼 있다.

이는 어느 특정의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기술이 어우러져 하나의 로봇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연구 중인 보행보조로봇을 예로 들어보자. 이 로봇은 혼자 걷지 못하는 환자나 노인들이 착용해 걷거나 앉고 서기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위해 같이 연구하는 분들 중에는 재활의학과 교수도 있다. 로봇관련 영역에 의학도 포함된다는 얘기다.

로봇 분야는 사회과학 분야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사람처럼 동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안내로봇의 경우, 윤리성 및 법적인 규범마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만약, 움직이는 로봇과 사람이 부딪혔을 때 법적인 책임 문제는 어떻게 될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춰야 공공장소에 나올 수 있으며,
여기에는 법적 규제가 필요할지 모른다. 

로봇이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윤리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아마도 사회학, 법학 등 인문학 분야에도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공 학과의 과목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다른 학과의 과목에 대해서는 어려워하거나 외면하기 쉽다.

이공계 학생의 경우, 인문학과 또는 사회과학 분야의 교양 필수과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공 이외의 이공계 타 학과 과목을 공부하다 보면 기초과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힘겨워하기도 한다. 융합기술 역시 서로 다른 분야의 학문적 내용을 상당 수준 파악하고 있어야 하므로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과학과 예술의 만남,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등 다른 분야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며 학문적 접목을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과학기술 분야 내부에서의 융합 뿐 아니라, 전혀 무관하게 보이는 분야도 사실상 뿌리를 찾아가면 통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독불장군이 세상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듯이 자기만의 학문 영역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학문의 분류는 인위적 성격이 강해 만약 필요하다면 새롭게 분화, 또는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서로 융합하는 분야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를 편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들이 교류하고 보다 광범위한 학제를 통해 융합 연구를 나서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름길이다.

전도영 / 서강대·기계공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