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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대학, 탈종속의 조건
[딸깍발이] 대학, 탈종속의 조건
  • 김환석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6.12.0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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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석(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 대학에서 외국 박사 특히 미국 박사를 선호하는 것과 국내 대학원 교육이 부실한 것이 서로 동전의 양면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박사를 배출하는 외국의 대학 중에서 서울대 등 한국의 대학들이 최상위를 점한다는 뉴스가 작년 봄에 보도되어, 한국의 대학들이 사실상 미국 대학원의 학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탄식이 일었던 적이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개선의 움직임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미국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 수는 크게 늘고 있는 반면, 국내 대학원에는 진학희망자가 점점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교수 임용에 있어 이미 고질적인 병처럼 고착된 국내 박사 푸대접과 미국 박사 선호가 이 같은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 교수 임용에 ‘국내박사할당제도’와 같은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의 대학원에 비해 국내의 대학원 교육이 부실한 현실과 그 결과 국내 박사학위를 외국 박사학위에 비해 낮추어 보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할당제를 통한 차별시정이나 단순한 형평성의 요구는 크게 각광받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보인다. 결국 이것 역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다.

우리 대학이 이러한 종속구조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방안의 일부로 나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학문 활동에 매진하는 교수사회의 풍토를 만들자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대학원생들에게는 국가와 사회의 지원으로 장학금을 대폭 지급하되 엄격한 학사관리를 하자는 것이 그 두 번째 제안이다. 진지한 학문적 관심보다는 보직과 연구프로젝트 수주 등 비학문적 관심이 오히려 지배하는 교수사회는, “교수로부터 배울 게 없다”는 대학원생의 실망을 낳고, 대학원생 역시 공부에 매진하기보다 느슨한 분위기에서 학비를 버는 활동들에 시간을 낭비하며, 이는 결국 국내 대학원 부실로 이어져 다시 국내 학위 저평가와 외국 유학 촉진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나의 진단이다.

우리나라 교수사회가 왜 지금처럼 학문적 관심보다는 비학문적 관심이 지배하는 풍토가 되었느냐에 대해서도 교수들 스스로의 탓만은 아니며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무엇보다 평생을 학문에 바치겠다는 교수의 각오와 자세라고 판단된다. 대학 당국이 할 일은 교수들을 대학을 위해 돈을 벌어오는 피고용인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학문의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바로잡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지금처럼 성과주의에 집착하여 대학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비학문적 관심보다 학문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학문중시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아울러 학문후속세대인 대학원생 역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대폭 확충하고 그 대신에 엄격한 학사관리를 대학에 요구하여, 국내 박사가 외국 박사에 비해 저평가되지 않는 현실을 시급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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