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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출혈경쟁 뒤 잠자는 로스쿨 법안
[논란]출혈경쟁 뒤 잠자는 로스쿨 법안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11.24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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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자 물거품 될까" ... 대학들 '술렁'

 11월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데 ‘로스쿨’ 법안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4월 17일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수정안이 합의됐음에도, 후반기 교육위원들이 교체되면서 로스쿨 案은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년은 대선 정국이고, 내후년은 정권이 바뀌는데다 국회의원 당사자의 총선도 맞물려 있어 ‘로스쿨’ 법안 통과가 더욱 요원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김영철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마치 금방 추진될 것처럼 서둘러서 법안을 만들고, 인가기준도 만드는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왔던 정부가 정치 상황에 밀려 무책임하게 갑자기 ‘툭’ 멈춰버렸다”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유치를 해야겠기에, 있는 힘을 다해 기진맥진할 정도로 투자해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썼는데 이제 와서 ‘될 지 안 될지’가 의심되고, 도입되지 않으리란 우울한 전망이 더 커 모든 대학들이 혼란스러워한다”라고 말했다.

성낙현 영남대 법과대학장은 “지금의 로스쿨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2009년까지 도입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이지만, “될 듯 말 듯 미적지근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이후에 재논의를 하겠다’거나 ‘언제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확실한 로드맵이 나와줘야 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정오 연세대 법학과 학과장은 법안 처리의 지연으로 인한 ‘낭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거의 모든 법대 교수들이 교육부에서 마련한 인가기준에 맞추기 위해 불철주야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비생산적인 것이다”라며 “로스쿨 도입과 사법개혁안은 큰 방향에서 바람직한 것이며 10년 넘게 논의돼 왔던 것인 만큼 이번에 매듭이 잘 지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효신 경북대 법학부장은 “로스쿨에 적용할 커리큘럼 개발에 교수 5명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는데, 당장 이조차도 사용처가 모호하다”라며 비생산적인 에너지 소모를 지적했다.

지난 8월 안민석의원실이 조사한 ‘법학전문대학원 준비현황’에 따르면 로스쿨 유치를 준비 중인 전국 38개 대학이 로스쿨 준비를 위한 건축비, 물품구입비에만 1천5백88억을 지출했다. 중앙대, 성균관대 등이 건축비에만 2백억 이상을 지출했으며, 단국대 1백37억, 경희대 91억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십억 단위의 돈을 투자하며 건물을 개선했다.

건축비에 총 67억을 투자한 건국대의 경우, 다른 단과대에 투자될 금액을 ‘로스쿨’을 위해 법과대학에 우선 집중 투자함에 따라 “법대가 타 단과대학으로부터 ‘원망’을 들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김영철 법과대학장협의회장은 “대학들이 투자만 하고 이에 대해 조금의 수익이라도 거둬들일 기회조차 생기지 않아, 대량 투자를 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재정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스쿨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로스쿨 인가기준 충족을 위해 무리하게 임용된 신임 교수들의 입지도 불분명하다. 김정오 연세대 교수는 “‘로스쿨’ 좌절로 인해 대학이 정원을 줄여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기대를 가지고 새로 임용된 교수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성낙현 영남대 교수는 “실무 출신 교수들은 대부분 다시 현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대 교수들은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여야 모두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가 있는 만큼, 수많은 민생현안들이 국회에 쌓여만 있을 경우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에 ‘막판 대타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 ‘막판 대타협’에 ‘로스쿨 법안’도 포함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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