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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찬란한 슬픔이더라
인생은 찬란한 슬픔이더라
  • 김재호
  • 승인 2024.03.2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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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 지음 | 글을읽다 | 328쪽

노학자의 인생철학이 담긴 잠언집이자 수필집

정치학과 번역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저자의 인생 철학이 담겨있는 잠언집 성격의 수필집. 노학자(老學者)가 평생 보고 듣고 겪고 읽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짧은 단상에서 긴 수필까지, 연구 서적에 없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인간미, 애환, 미담, 후회, 실패에서 얻은 교훈, 진정한 덕성, 인간사회의 비정함과 교활함, 배덕과 패덕, 슬픔과 원망, 선악 등의 방대한 내용을 동서양 고전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짧은 문장 속에 삶의 통찰을 담은, 우리나라 수필가들의 글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이런 글쓰기는 저자가 대학 시절 읽었던 라 로슈푸코의 『잠언』에서 받은 영향이다. 라 로슈푸코는 프랑스 궁정의 귀족으로 궁정의 부귀와 음모, 생사와 온갖 염문 등에 대해 촌철살인 같은 문장으로 인생의 의미를 꿰뚫는 글을 썼다. 그 덕분에 저자는 교수 시절에도 인생의 의미를 담는 강의를 하겠다는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강의노트나 교재에 삶의 지혜를 담은 예화를 가득 채워 학생들에게 전했고 그 내용이 축적되면서 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내가 살면서 겪은 이야기, 2장 내 학문에 얽힌 이야기, 3장 내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 4장 내 마음의 교훈이 된 이야기, 5장 종교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6장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등 총 6장에 245개에 달하는 글이 들어있다. 중간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시(詩)’를 넣어 읽을 맛을 더했다.

건국대를 나왔다는 사실에 치욕적인 홀대를 당한 사건, 석좌교수로 있는 저자를 모욕적인 발언으로 쫓아내는 젊은 교수의 비정함,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냉담함, 아내와의 사랑, 자녀들과의 기쁨과 회한에 이르기까지 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고백하고 있어 책을 덮으면 일평생 솔직하고 충실하게 살아온 저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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