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7:50 (토)
순진한 삶
순진한 삶
  • 김재호
  • 승인 2024.03.25 0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수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84쪽

“얼마나 아름다워 아무것도 아닌
이 모든 거짓말과 옛날이야기 들”

끊임없이 재생되는 아름다운 지옥의 시간
막다른 경계에서 미래로 확장되는 사랑의 굴곡

우리, 소설처럼 죽을 수 있겠니/복잡 미묘하게, 어쩌면 단순하게/기괴하게, 산뜻하게/ 모두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가지/그것은 축복일까 -「카페 ‘편집’」부분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국 시의 또 다른 마녀’ 장수진의 세번째 시집 『순진한 삶』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시인은 “강력한 자기파괴적 힘을 발”(문학평론가 이광호·강계숙)한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았고 이후 격정적인 언어를 통해 내면의 순수한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해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지난 자취와 나란히 걸으면서도 아름다움, 사랑, 죽음, 자유, 인간의 민얼굴 등과 같이 그가 열망한 것들에 관한 진솔한 감정을 여러 화자의 목소리로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2부로 엮인 총 60편의 시에서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쉽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졌고, 다칠 것을 알면서도 다시 들여다보는 순진하고도 용감무쌍한 마음은 한층 더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윤경희 평론가는 “어느 특정한 시간대에 진자의 진폭을 고정시키고 그것의 감각을 재차 확인”하며 “저물녘의 세계에 고유한 풍경을 층층이 인화해나”간다고 말한다. 시집의 첫 시 「불과 장미」속 “파티에는 언제나 도전적인 측면이 있”다는 시구로 그 서막이 열렸음을 알린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