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20 (금)
회담은 ‘겨울나기’ 전략 … ‘經協 기조’ 의견 팽팽
회담은 ‘겨울나기’ 전략 … ‘經協 기조’ 의견 팽팽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11.06 2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핵 이후 정세, 전문가 의견조사

북한은 지난 7월과 10월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동북아시아를 긴장상태로 몰아넣었고, 미국은 유엔결의안을 통해 강력한 대북제재활동에 돌입했다.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여부에 주목하던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6자회담 참가를 조건부로 선언하자 상황은 또 달리 전개되고 있다.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적 쟁점, 남북간 경협, 북한 금융제재 해제의 가능성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대부분의 외교 및 북한전문가들은 이번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은 크게 제한적일 것이며, 또한 회담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은 지난해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달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담은 유엔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미국은 여러 나라에 PSI강도를 더욱 높일 것을 주문했다. 또한 중국은 평양으로 특사를 급파했다. 이 와중에 한국은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의 범위를 설정했으며, 이를 둘러싼 여야·당청·부처간의 갈등 속에서 외교·안보라인이 대거 교체됐다. 드디어 지난달 31일 북한외무성이 금융제재에 대한 논의를 전제로 6자회담 참여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6자회담 참여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지만, 유엔안보리 결의안의 대북제재안과 미국의 금융제재 압박을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한다.

핵실험 이후 6자회담은 지난 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윤황 선문대 겸임교수(북한정치)는 “북한이 미국의 압박으로 체제위협을 느껴 협상테이블에 앉는다는 게 서방 시각이지만, 유엔결의안 등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간벌기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조한승 단국대 교수(안보)는 의견을 약간 달리한다. “돈줄이 막히고, 국제사회에서 거의 고립된 상황 속에서 스스로 붕괴할 수 있는 위험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북한의 참여를 분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정치)는 “북한은 핵실험으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불가능하고, 상황이 악화되어도 중국의 의리와 남한의 안정적 정서를 예측했으나, 이것이 빗나가 김정일이 위기국면에서 꺼낼 수 있었던 카드”라는 의견을 냈다.

북핵문제만을 집중적으로 추적·연구해 온 노병렬 대진대 교수(국제정치)는 미국이 이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노 교수는 “핵실험 이후 미국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했고, 북한은 핵을 군사전략이 아닌 외교수단으로 부각시켜 미국을 대화상대로 끌어내, 서로의 명분을 표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를 넘어 큰 합의점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긴장의 정점에서 이제 외교의 계절로 넘어온 것 같다고 판단하는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정치)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요구를 할 것이고, 미국은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아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의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북한의 굴복이 언제인지가 문제이지, 과정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 서울지역 대학의 한 교수(국제기구)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길 원하겠지만, 협상 우위에 있는 미국은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 대립으로 한국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긍정적인 성과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조한승 교수는 “당장의 핵포기는 어렵겠지만,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회담국 전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개성공단, 금강산 등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저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김연철 고려대 교수(북한정치)는 “경제협력은 일방적 지원의 개념도 아니고, 북한이 원해서 한다기보다 우리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측면도 많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에 베푸는 혜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협을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지속시켜야 한다는 김용현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징적 사업으로 많은 노력과 인력, 자금이 투입됐는데, 중단 후 복원하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한 국내외의 논란이 자연적으로 없어질 것 같다는 이수석 국제문제조사연구소연구위원(정치이론)은 “정부를 믿고 민간기업이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들어간 것인데, 철수를 하게 된다면 손해가 막대하다. 군사적 충돌과 관계없이 유지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적된 문제에 대해 일단 보완해야한다는 의견인 이헌경 동아대 교수(외교학)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은 북한체제를 위한 통치자금이나 무기개발로 유입되는 듯하다. 용처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현금보다는 현물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사회 등 저차원의 교류협력이 정치 등 고차원으로 자동 이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 노병렬 교수는 “한국 안보에 영향이 큰 핵실험이라는 사건이 생겼기 때문에 유연성을 둬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는 과연 완화될 것인가. 윤황 선문대 교수는 “미국은 일시적으로 해제할 생각이 어느 정도 있는 듯하나, 일본이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여 불확실하다”라고 내다봤으며,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묵인 하에 중국과 접촉해 금융 루트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듯하다”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노병렬 교수는 “만약 제재를 풀어준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문제는 북한의 불법자금의 규모가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대화가 잘 된다고 해도 이런 점들 때문에 북한이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