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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
  • 김재호
  • 승인 2024.03.21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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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호 지음│296쪽│푸른사상사

한국 서정시의 중요한 흐름을 이어온 김남조 시인의 문학 세계

방승호의 문학평론집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은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흐름을 이어온 김남조 시인의 시 세계에 주목한다. 김남조(1927~2023)는 노천명과 모윤숙으로 대표되는 여성 시인들과 이후 세대를 잇는 서정 시인이다. 70여 년의 시력 동안 열아홉 권의 정규 시집을 발표한 시인은 해방기의 혼란 속에서 기도와 구원의 자세로 정념의 세계를 탐구하며 여성 주체의 정서적 깊이를 심화했다. 김남조는 섬세한 감각으로 사랑과 애상의 정서를 형상화하며 우리나라의 전통적 흐름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방승호는 기존 연구에서 그간 주목되지 못했던 김남조 시의 문학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정동 이론과 상상의 개념을 통해 김남조 문학을 이해하고, 상상의 힘과 시에 대한 진정성을 논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시론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했다. 이 책은 시인이 작고하기 전 꼭 받아보고 싶었던 책이자, 세대를 넘어 문단 원로와 젊은 평론가 사이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김남조 시에 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한다.

시인의 사랑이 펼쳐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정서적 움직임을 밝히고자 ‘정동’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한국전쟁을 겪은 여성 주체로서 시인이 느꼈던 감정을 분노와 멜랑콜리를 중심으로 탐색하고, 분노의 표출과 해소의 과정 등을 분석했다. 나아가 시인의 ‘상상’을 다루었다. 시인의 생태학적 사유를 신유물론의 시각에서 재해석했으며, 시쓰기에 몰입했던 시인의 열정을 살펴보고 이를 진정성의 개념에서 풀이했다. 김남조 시의 형식을 조명하여 시의 리듬을 율격과 시행 차원에서 다루었다. 아울러 김남조 시에 나타난 감각 이미지와 비유 이미지의 형상화 양상을 살펴보았으며, 은유와 직유가 적용되고 변형되는 형상을 서술했다.

자신만의 서정의 길을 걸어오며 희망을 전달했던 김남조의 긍정과 사랑의 시학을 이해하는 일은 혼란스러운 작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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