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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설문조사로 본 2006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초점] 설문조사로 본 2006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11.06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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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유사 자료제출 비효율적” … 폭로성 질의는 줄어들어

지난 1일 약 20일간 동안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산하기관, 교육청, 국·공립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 짧은 기간을 위해 의원들은 지난 5~6월부터 교육부와 대학 등에 방대한 자료를 요구했고, 자료 제출을 기피하는 피감기관들은 불평을 쏟아내며 국회의 요구에 응했다. 때에 따라 납득할 수 없는 자료까지 내야하는 피감기관으로선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자, 피감기관들은 자료 제출 문제는 국정감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이번 국감이 정략적인 폭로성 국감이라기보다는 정책국감의 성격이 강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 교육위 보좌진과 주요 국립대 기획처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보좌진들은 상시국정감사 제도로의 전환을 거론했으며, 기획처장들은 지나친 자료 요구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 “상시국감으로의 전환해야” = 국회 교육위 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교수신문 자체 설문조사에서 ‘국정감사에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피감기관 축소 및 상시 국정감사로의 전환’이었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상당수의 의원실에서 ‘상시국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정감사를 실제로 준비하고 보조하는 보좌진들조차 현재와 같은 국정감사 시스템에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 결과였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진은 “현재와 같은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감사할 필요가 있는 기관을 지정해 감사하는 상시감사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보좌진은 “상시국감 체제로 가야하겠지만, 우선 불필요하게 많은 기관을 피감기관으로 선정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국립대의 한 기획처장은 “이번에 8개 국립대가 한꺼번에 국정감사를 받았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제대로 될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라고 말했다.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30~40명의 주요 보직자들이 우르르 상경해서 국회에 진을 치고 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한 번에 많은 수의 기관을 감사하다보니 심도 있는 국감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교육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처럼 덩치가 큰 것도 아닌 기관을 형식적으로 매해 감사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결단을 내려서 감사기관을 축소시키던지, 격년제로 감사하던지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상임위 별로 수십에서 수백 개의 피감기관을 감사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반복적으로 국감이 끝날 때마다 ‘과다한 피감기관 선정에 따른 비효율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자료 제출로 몸살 않는 피감기관 = 자료 제출 문제는 국정감사의 ‘필요악’이라 불린다. 대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의원실과 피감기관과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문제가 되는 점은 자료 요구량이 방대해서이기도 하지만, 중복·유사 자료를 의원실별로 일일이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15명의 주요 국립대 기획처장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신문 기획 설문조사 결과, 국정감사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응답자의 대부분이 ‘방대하고 지나친 자료 제출 요구 및 중복·유사 자료 요구’나 ‘다급하게 많은 자료 요청’ 등을 언급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야근이 불가피할 정도로 업무가 폭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는 지난해에 비해 2배 가량 자료 요구가 많아 특별히 더 어려움을 겪었다. 자료를 웹하드에 올리고, e-메일로 보낼 수 있어 예전에 비해 기술적으로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요구되는 자료의 양이 폭증해 시간이 많이 들었다는 것. 실제로 자료 제출 건수는 2004년에 5천9백80건, 2005년에 5천7백77건이었던 것이 올해에는 1만건에 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일하거나 비슷비슷한 자료를 각 의원실별로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없애려면, 정당 차원에서 공동요구를 하면 되는데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상관없이 모두 제각기 자료 제출을 요구해 비능률적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국회의원들이 서로 협의해서 공동으로 자료를 요구하면 중복 제출되는 자료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교육위 관계자들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상임위 의원들의 교체 △정책감사를 위한 전반적인 자료 요구 △쟁점이 될 만한 자료 및 현안 부족 등을 얘기했다.

□ 폭로성 국감에서 정책 국감으로 = 특이할 만한 점은 피감기관들이 17대 교육위 의원들의 국정감사가 과거 정략적·편파적 국감과 다르다는 부분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교육부 산하기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특정 집단과 지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거나, 아니면 말고식으로 폭로하거나, 정치 공방으로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그런식의 풍토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라며 “대안 제시 중심이고 정책보고서도 많이 내는 등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국정감사장을 물들였던 편파적인 사학 편들기도 상당부분 줄어들었고, 시중 소문을 확인하지도 않고 질의하는 식의 풍토로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각 의원실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이 눈길을 끌었는데,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의 ‘전국 4년제 대학 시간강사 실태 분석’,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의 ‘사립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실태에 관한 연구’,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의 ‘대학 연구 실태와 개선방안’,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의 ‘장애인 고등교육의 현실과 과제’ 등 다수의 정책자료집을 선보였다.

국립대 기획처장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지역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모 국립대 기획처장은 “지방 국립대의 현실적 한계와 어려움에 대한 진솔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기획처장은 “지방 국립대가 처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수도권 중심적 접근이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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