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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서울대의 딜레마
[대학정론]서울대의 딜레마
  • 박부권 논설위원
  • 승인 2006.11.05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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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부 권(동국대), 교육학

서울대가 내년의 정시모집에서부터 논술성적의 비율을 30퍼센트로 늘리기로 한 결정은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으로는 서울대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새 대입 안은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이를 내신의 변별력을 높여 보완하려고 하였다. 전국의 대학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수능점수를 9등급으로만 활용하게 함으로써 그로 인한 날카로운 대학 서열화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공부에 더욱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다른 고등학교에 비하여 학업성취도가 현저하게 뒤쳐지는 학교가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서울대 지원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내신에서 최고점을 받고 있는 학생들임을 감안하면, 서울대로서는 논술강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울대의 발표가 있자, 학부모 단체는 이를 명백한 본고사 부활로 규정하고, 고등학교는 논술대비가 간단치 않은 현장실정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국회 문공의원들은 서울대가 학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질타하고, 교육부는 그것이 불러올지도 모르는 학교교육의 파행을 우려하여, 교육부의 논술지침을 재확인하는 한 편 대학관계자들에게 논술을 가능한 한 쉽게 출제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우려와 반발은 서울대가 우수학생을 뽑는데 만 관심을 쏟은 나머지 사회통합과 공교육 강화에도 일정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 또 다른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서울대가 내년 입시에서 논술비중을 높인 것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예시문항의 내용과 난이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은 서울대가 소수 엘리트에 의하여 지배되는 대학이 아니라, 일반대중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본다. 지금까지 서울대 입시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관여도 일반국민의 여론을 압축하고 대변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세로 미루어 보면 서울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더욱 거세어 질 것이다. 

서울대가 파고 높은 이 대중의 바다 위에서 전통과 명예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학문에서도 세계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학운영패러다임, 새로운 지도력,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하는 보다 능동적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통합과 공교육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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