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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문 직무역량 교육의 시대”
“지금은 전문 직무역량 교육의 시대”
  • 허정석
  • 승인 2024.03.19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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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2024년 전문대학이 바란다
허정석 거제대 총장

 

허정석 거제대 총장

세계 고등교육의 변화 방향은 실용교육이다. 산업현장은 실용 지식과 직무 훈련을 받은 인재를 요구한다. 미국 기업의 나노디그리 과정 개설과 인증서 발급, 프랑스의 에콜 42, 프로젝트 수업 등이 고등교육의 변화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해석적이고 분석적인 역량을 배양하는 교육과 통찰력과 창의적인 역량을 배양하는 교육 프로그램, 학령인구의 감소, 성인 학습자 교육, 외국인 유학생 교육 등이 전문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이슈이다. 최근에는 라이즈 체계의 정착과 관련된 사항도 논의가 되고 있으나 필자는 전문대학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고등 직업교육법 제정해야

1980년대 실업계 관련 고등학교 입학생 비율은 전체 고등학교 입학자 중 48%정도였으나 현재는 15% 정도이다. 학령인구의 대학 정원 48만 명 중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정원은 각각 34만 명과 14만 명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을 합한 직업교육 이수자의 비율은 35%정도이다.

독일의 경우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진학률이 30%정도이니, 중등교육과정의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을 직업교육으로 간주하면 총 80%정도의 자원이 직업교육을 받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간다. 독일은 직업교육이 가장 보편적 복지인 셈이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대학 진학률이 30%정도이면서 최고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독일처럼,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가 직업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대학 졸업생 중 46%가 학위가 필요 없는 곳에 취직해 있다고 한다. 이점은 우리나라도 비슷해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대졸 과잉 경력자는 42%정도이고, 이에 따른 기회비용이 2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현장 직무 인력이 부족하며,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라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직업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부족했었고, 직업교육과 학문교육이 중·고등교육의 두 축인 점을 간과했던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직업교육법을 제정하여, 직업교육이 교육의 한 축임을 명확히 하고, 법에 근거하여 적정인원 산출 등의 정책과 지원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학문교육과는 다른, 특화된 직업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 직업교육법의 제정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대만 등의 국가가 직업교육법의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해서 직업교육의 발전과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직업교육과 학문교육이 경쟁하는 시대

미국 주요 기업들이 자체 교육 기능을 갖추어가고, 인재를 선발할 때도 학위가 아니라 경력 중심의 직무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재의 역량이 학문역량에서 전문기술과 직무역량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취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제 학문교육과 직업교육은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시대임이 분명하다.

전문기술과 직무역량교육은 전문대학의 확실한 강점이다. 이 강점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채용 및 평가, 교육 과목의 선정 및 교육 내용, 교수 학습 방법 등의 과제를 직무역량강화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 정부도 과잉 학력과 현장인력 부족 등의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직무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법을 제정하고,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지원을 한층 강화해서 일반대학과의 대등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성인학습자의 교육요구도 직무의 업스킬이나 리스킬, 직업전환 준비나 창업 등의 매우 실용적 직무역량 교육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외국인 유학생 문제도 직무중심교육을 통해서 그들의 취업을 지원하면, 단순히 입학자원의 확충이 아니라 교육수출로 연결될 것이다.

허정석 거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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