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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경제병리학 수립과정과 의미에 대해
험난했던 경제병리학 수립과정과 의미에 대해
  • 최용식
  • 승인 2024.03.1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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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경제병리학』 최용식 지음 | 새빛 | 428쪽

외환위기는 반드시 금융위기를 동반, 이유는?
경제질병이 발병하는 일반 경제원리·임상사례

필자가 경제병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근무하던 1982년에 발생한 우리나라 외환위기였다. 그 여파로 경제난이 꽤 심각했으므로 관심을 가질 만했다. 외환위기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사례를 먼저 살펴봤다.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1956년, 1962년, 1968년, 1971년, 1974년, 1979년 등 이미 여섯 차례나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나라들이 간헐적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특히, 외환위기는 반드시 금융위기를 동반한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현 경제학의 이론체계에서는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왜 건강한 경제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왜 생리학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등이 이상하게 보였다. 경제체보다 그 기능이 월등하게 뛰어난 인체를 위해서는 병리학이 생리학보다 훨씬 더 깊고, 더 넓게 발달해 있는데, 경제학에 병리학이 없다는 점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제병리학 연구의 험난하고 기나긴 필자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경제병리학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연구는 경제학계에서 이미 이뤄져 있었다. 찰스 킨들버거가 1978년에 발간한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라는 책이 그것이다. 그는 세계 경제사 700년을 연구하여 모든 경제파국은 금융위기를 경유하고, 금융위기는 반드시 광기, 패닉, 붕괴의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규명해 놓았다. 

그렇지만 왜 모든 경제파국은 금융위기를 경유하는지 그리고 왜 광기, 패닉, 붕괴 등이 연이어 벌어지는지 등에 대한 필연적인 경제원리들은 밝혀내지 못했다. 만약 그 필연적인 경제원리들을 밝혀낸다면 경제병리학을 최초로 수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 일은 쉽지 않았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겨우 그 경제원리들을 밝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경제질병이 발병하는 경제원리를 역사적 사례들로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이론적 유효성은 물론이고 현실적 유용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좋은 의사는 질병 공부는 물론이고 임상 경험을 충분히 해야 태어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임상사례들로 경제병리학의 일반 경제원리들을 입증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벌어졌던 경제공황 등 경제파국에 대한 학계의 원인분석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였다. 세계 대공황은 물론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일본의 초장기 경기부진 등등의 근본 원인을 경제병리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밝혀내야 했다.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경제병리학의 수립은 40여 년의 여정을 통해 탄생한 셈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무엇인가 불안한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금융위기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어쩌면 올해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터질 것 같고, 이게 우리 경제에 덮쳐올 것만 같다. 이 책이 지금 닥쳐오고 있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경제질병이 발병하는 일반 경제원리들은 물론이고 임상사례들도 비교적 풍부하고 깊게 다뤘으므로,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기업인과 개인에게도 이 책이 금융위기를 이겨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이번에 발간한 『경제병리학』은 영문으로 작성된 『K-Economics: Predicting Economics』의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중에서 경제병리학 부분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임을 밝혀둔다. “이 책을 읽으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것 같다”라는 유성엽 전 국회교육문화위원장의 과분한 평가도 있었다, 경제병리학은 미래에 발생할 경제질병도 예측하거나 미리 포착하도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경영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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