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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최승우
  • 승인 2024.03.1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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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지음 | 사이드웨이 | 244쪽

화면 속 세상을 ‘태어나서부터’ 바로 마주해야만 했던 세대
그들은 거기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과 싸우며,
삶의 균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가?

무작정 아이들을 ‘화면에 중독되었다’며 몰아붙이고 있는가?
그들이 맞닥뜨린 입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하는 이유!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기성세대 모두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책”
― 홍성욱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한국인은 일평생 약 34년을 인터넷에서 보낸다. 3세부터 9세 아동의 인터넷 이용률은 91퍼센트를 넘는다고 집계된다. 저마다 ‘내 화면’을 한두 개쯤은 갖게 된 세상, 그야말로 모든 것이 ‘화면 안에서’ 가능해진 세상이다. 거대 테크 기업들이 매일처럼 쏟아내는 온갖 자극과 정보들은 우리의 일상을 에워싸고 있으며, 더욱이 AI의 공습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는 중이다. 분명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흔히 ‘Z세대’나 ‘알파세대’로 일컬어지는 아이들은 온라인이 기본값이 되어버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 화면과 삶의 중첩된 경계를 태어난 직후부터 맞닥뜨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IT 업계에서 저널리스트이자 기획자, 창업가의 길을 걸어 온 저자 김지윤은 아이들의 화면 속 세계를 오랫동안 대면하며 미래 세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는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화면 속 세상은 아이들을 어떻게 유혹하고, 그들은 거기에 어떻게 저항하며 그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지를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아이들은 왜 스마트폰을 부수는 것을 자신을 부수는 것으로 인식하는가? 그들의 삶은 왜 게임을 닮아가고 있는가? 그들은 왜 화면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일에 몰두하는가? 김지윤은 디지털 환경의 입체적인 성격과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면밀하게 전달하며, 화면의 문제가 곧 그들이 직면한 삶의 문제인 이유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겪어본 적 없는 세대’의 등장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화면은 꺼지지 않는다

“화면의 문제는 화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이 직면한 삶의 문제다.”

온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아이들에 대한 우려와 탄식은 새롭지 않다. 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모바일과 PC를 합해 479.6분(약 8시간)에 이른다. 기성세대는 디지털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이 “현실에 더 중요한 일들”을 제쳐놓고 화면에 몰두하는 아이들을 인내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에서 온갖 콘텐츠를 섭렵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식사도 건너뛴 채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열중한다. 어른들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을 화면에서 ‘끊어내야’ 한다는, 화면으로로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부모님들의 한탄을 마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면을 둘러싼 이런 세대 간의 갈등은 가히 세계관의 충돌이라 할 만하다. 부모님보다 알고리즘, 스트리머가 본인의 아이를 더 잘 안다는 농담은 진실에 가까워졌다. 화면은 한 사람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흡수해 온통 그 사람을 에워싸는 ‘환경’이 되었고, 이는 특히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겪어본 적 없는’ 세대에겐 더욱 그렇다.

우리는 그들과 화면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화면 속 세상을 ‘태어나서부터’ 바로 마주해야만 했던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느끼며, 무엇과 싸우고 있을까? 그들은 왜 ‘스마트폰을 부수는 것을 자신을 부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가? 요컨대, 그들의 화면 속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YTN플러스》, 《아웃스탠딩》, 《블록인프레스》 등에서 기자 생활을 거친 후 디지털 에이전시 ‘스텔러스’의 대표가 된 저자 김지윤은 아이들과 치열하게 대면하고 관계를 맺어 온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돌아보며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화면에 ‘중독’되었다고 몰아붙이는 건 얼마나 옳을까?
우린 아이들이 화면 속에 빠져드는 이유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김지윤은 이 책의 1장 「아이들은 화면에 ‘중독’된 걸까」에서 무작정 아이들을 ‘화면에 중독되었다’며 몰아붙이는 시선이 작금의 제반 디지털 환경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지적한다. 이제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화면은 ‘중요한 것’ 이상의 필수재가 됐다. 저자는 지금 젊은 세대가 얼마나 화면에 밀착해 살아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구축하는 것을 왜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세세하게 짚어간다.

아이들이 화면을 손에 쥐고 성장하면서 배우고, 겪고, 마주하는 현실은 기성세대의 예상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다. 저자가 2장 「인공지능 이후의 세상」에서 풀어놓는 것처럼, 당장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강력한 충격파를 우려하면서 향후 생성형 AI 기술이 글로벌 일자리 지형에 격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화면의 급격한 발전으로 촉발되는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과 ‘저항’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일평생 화면과 함께 살아가야 할 그들은, 기실 이 문제를 어른들보다 더 민감하게 ‘자신들이 직면한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화면 속 세상을 논할 때 가장 어렵고 또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바로 ‘게임’이다. 2023년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공식 종목이 되자 “게임은 질병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 이 사회에서, 저자는 기성세대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면적이고 총체적으로 재성찰한다.

이 책의 3장 「인생은 게임처럼, 게임은 인생처럼」에 따르면, 어른들의 편견과 달리 ‘게임은 더는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Z세대는 ‘게이머’라는 정체성으로 대통합되어 있으며, 게임은 하나의 체계이자 문화로서, 각 개인에게 주어진 체험의 도구로서 결정적으로 미래 세대에 연결돼 있다. 나아가 아이들은 화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책의 4장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에 따르면, 화면 안에서 아이들이 맺어가는 관계와 소통의 수준이 화면 바깥에 비해 무조건 떨어질 거라고 단정하는 것은 철저한 오산이다.

저자는 현재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만들어낸 초개인화와 세계화의 연결망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소속감을 확인하고 전 세계의 사람들과 공통 서사를 쌓아 올리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행동하는 아이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소개한다.

이렇듯 ‘불량한’ 디지털 환경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이들이 ‘지속가능한 온라인 세계’를 위해 저항하는 방법

그러나 이 책이 화면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처럼 ‘불량한’ 환경을 내버려두는 건 아이들이 아니다. 결국 ‘돈의 논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이다. 김지윤은 책의 5장 「화면에 의존하며 살아도 될까」에서 현재의 화면친화적인 세계가 품고 있는 여러 민감한 쟁점들을 치열하게 분석한다. 사람들이 화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 안에 쌓인 기록과 데이터는 점점 더 비싼 몸값이 되어가고 있다. IT 비즈니스는 기업의 사활을 걸고 미래 세대를 화면 안에 붙잡아두려 하며, 가짜뉴스,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등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범죄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분명 화면을 향한 의존의 문제, 그 위기감은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항간에서는 아이들이 ‘화면을 끼고 산다’고 지적하며 문제는 오로지 그들에게 있는 것처럼 말한다. 김지윤은 이 책의 6장 「지속가능성을 위한 저항」에서 그러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다. 그는 보호자가 아동을 돌볼 때(parenting) 아동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sharing) 것을 뜻하는 ‘셰어런팅(Sharenting)’ 이슈를 비롯해, 아이들을 화면에 길들이며 ‘돈벌이’로 활용하려는 기성세대의 행태, 그리고 이에 대한 젊은 세대의 자구책과 저항의 노력을 소개한다.

저자는 화면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테크 기업들의 지나친 권력 집중 구도를 지적하고, 온라인 디폴트의 세계가 초래하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저자는 애당초 화면이 야기하는 각종 소란과 부침은 ‘어른들의 산물’이었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화면을 만든 어른들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릴 동안 오히려 아이들이 먼저 ‘자기 조절’을 고민했던 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아이들과 기성세대 모두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책”
아이들은 일평생 ‘화면의 명암’을 안고 살아가야 하기에

온라인은 우리가 태어나 죽는 생애 전반에 포진해 있고, 아이들은 바로 그런 환경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김지윤은 이런 양상을 “기성세대가 화면의 명암을 만들었다면, 그들의 자식들은 그 명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비롯한 화면의 파급력이 모든 걸 집어삼킬 듯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슨 조언을 들려주고, 그들을 위해 어떤 세상을 마련해주어야 할까? 저자는 책의 마지막 챕터인 7장 「나다움을 찾는 N세대를 위하여」에서 변화무쌍한 삶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자신의 삶 깊숙이 끌어들인 어린 세대가 어떤 관점과 자세로 이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야 할지, 또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토양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지 실천적으로 조망한다.

한국 사회는 이중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Z세대, 알파세대, 그리고 최근 등장한 잘파세대란 말까지…. 한편에서는 여러 ‘세대’ 딱지를 붙이면서 신흥 소비 주체이자 트렌드의 선두주자로 그들을 추켜올리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을 ‘자본주의의 화신’ 혹은 ‘자기중심적인 괴물’이라며 교화의 대상으로 내려다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어른들은 그들의 지갑을 열길 바라거나, 혹은 그들과 거리를 두며 흉보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쓴 김지윤은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래 세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스승’에 가까웠다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그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한다. 저자는 화면 속에서 발견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했음을 열렬하고도 덤덤히 고백한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기성세대 모두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책”(서울대 과학학과 홍성욱 교수)을 쓰게끔 만든 가장 근본적인 차별점일 것이다.

추 천 사

“누구나 하루의 대부분을 화면을 들여다보며 일하고 놀고 타인과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내 삶의 변화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피상적으로 아이들과 화면에 대해 판단을 내려왔다. 이 책은 화면과 현실이 결합한 새로운 세상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삶을 해석하며 자아와 미래를 쌓아 올리려는 아이들 세대의 치열한 노력을 설명한다. 더불어 그들에게 필요한 미래의 교육을 둘러싼 질문과 희망까지 담아냈다. 에듀테크 업계 사람으로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을 다시금 조립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꽉 찬 책이다.”

― 이수인 (에누마 공동창업자, CEO)

*   *   *

“김지윤의 책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는 스마트폰과 AI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져올 도전뿐만 아니라 기회 요인까지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세계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여 우리가 디지털 몰입의 영향을 여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결국 이러한 기술이 우리 모두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게끔 인도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미래세대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나 교육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 정지훈 (아시아2G 캐피탈 파트너, DGIST 겸임교수)

*   *   *

“인터넷이 처음 등장해서 사이버 세상이 열렸던 시절, MIT의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화면 위의 삶(Life on the screen)』이라는 기념비적인 책을 썼다.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는 ‘MZ세대’ 저자 김지윤이, 태어난 직후부터 핸드폰과 인터넷 속에서 살아온 N세대를 위해 쓴 21세기판 ‘화면 위의 삶’이다. 현실 세계보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지금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한 줄기 빛을 던지는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N세대와 Z세대는 물론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기성세대 모두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 홍성욱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차   례

프롤로그

1장 아이들은 화면에 ‘중독’된 걸까

  ◆ “스마트폰을 부수는 건 나를 부수는 것”
  ◆ N세대가 낳은 N세대
  ◆ 온라인이 세상을 집어삼킨다?
  ◆ 화면이 실제 삶보다 중요하다면
  ◆ “‘보정’을 법으로 규제하라”
  ◆ 가짜 이름이 ‘내 이름’이 될 때
  ◆ 온라인의 숫자와 오프라인의 숫자
  ◆ 화면 속에서 ‘삶’을 찾는 사람들
  ◆ 화면을 통해 ‘기회’를 보는 세대
  ◆ 그들의 화면은 꺼지지 않는다

2장 인공지능 이후의 세상

  ◆ AI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 “그거 인공지능 합성 아냐?”
  ◆ 더 이상 유일하지 않은 인간
  ◆ 구글 30퍼센트, 애플 20퍼센트
  ◆ 거스를 수 없는 변화 앞에서
  ◆ 변함없는 가치는 무엇인가
  ◆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 온라인을 타고난 아이들의 세상은

3장 인생은 게임처럼, 게임은 인생처럼

  ◆ 게임은 도피처에 불과한가
  ◆ 우리는 왜 게임에 몰입하는가
  ◆ 로블록스, 게임이자 생활이 되다
  ◆ 과연 어디까지 게임인가
  ◆ 게임의 소셜미디어화
  ◆ 나를 둘러싼 ‘게임스러운’ 세상
  ◆ 게임이라는 조기교육
  ◆ 화면에서 현실을 배우다
  ◆ 자퇴와 창업이라는 ‘경로 이탈’
  ◆ 이기적인 게 아니라 보수적인 것
  ◆ 게임과 함께 성장하는 세대

4장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

  ◆ 기이한 친족 만들기
  ◆ 화면이라서 외롭지 않아
  ◆ 초개인화와 세계화의 연결망
  ◆ 또 다른 정체성, 마음의 자전거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 온라인은 연대의 공간이 되고
  ◆ 새로운 종교와 사회적 결속
  ◆ 관계를 점유하려는 플랫폼의 등장
  ◆ 정말로 화면만의 문제인가

5장 화면에 의존하며 살아도 될까

  ◆ 가난할수록 화면친화적이다?
  ◆ 화면친화성 vs 화면의존성
  ◆ 미래 세대를 길들이는 온라인
  ◆ 점점 인간적으로 진화해온 화면
  ◆ 종이 지도를 모르는 세대의 등장
  ◆ 어디까지 ‘화면 의존’이라 볼 수 있나
  ◆ 화면은 비싸게 팔리고 있다
  ◆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 기계와 합체하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 NPC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되는 미래
  ◆ 스스로 질문의 답변자가 돼야 한다

6장 지속가능성을 위한 저항

  ◆ “부모님 계정에서 제 사진 지워주세요”
  ◆ 화면과 중독의 상관관계
  ◆ 꿈조차 온전히 내 것일 수 없다면
  ◆ 지금까지와 다른 길은 가능할까?
  ◆ ‘저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 이대로는 어두운 미래뿐일지 몰라
  ◆ 저울의 반대편에 서는 사람들
  ◆ 인간 문명의 종말?
  ◆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할 때

7장 나다움을 찾는 N세대를 위하여

  ◆ 노력의 배신
  ◆ 정해진 답이 지배하는 사회
  ◆ ‘유능한 답변 기계’를 이길 수 있나
  ◆ “모든 걸 다 느껴버린 것 같아요”
  ◆ 인간은 확률적 앵무새가 아니다
  ◆ 학교 밖에서 생존하기 위한 학습
  ◆ 질문하는 기회가 주어질 때
  ◆ 오픈월드에서 살아남기
  ◆ 실패하며 배울 수 있는 자유
  ◆ 나다움을 향해 페달을 밟으며

에필로그

본문 중에서

화면으로 말미암아 전에 없던 자유와 기회가 주어진 반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타깃(target, 표적) 광고가 우리 인식의 편향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특히나 고도로 발달된 미디어 환경에 둘러싸인 아이들은 쏟아지는 정보와 자극에 질려 있다.

도대체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러한 세태를 방조하거나 방관한 어른들, 또 그들이 도처에 깔아둔 플랫폼은 나름의 해법과 지침을 충분히 간구하고 있는가. 혹시 무턱대고 ‘나중에’를 외치고 있진 않나. 화면의 무게에 비해 화두의 무게는 가볍기만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초등, 중등, 고등학생 순으로 하루 평균 6시간, 8시간, 10시간 내외를 인터넷에 쓴다. 사실상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팀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대체적 관계라든가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대한 보완적 관계라든가 하는 시각도 이젠 타당하지 않다”라고 짚었다. 화면의 경계 없
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상태가 젊은층에게 기본값(디폴트, default)으로 자리잡고 있다.
― 「1장 | 아이들은 화면에 ‘중독’된 걸까」 중에서

아날로그 세상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낸 세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교차를 목격했던 세대, 그리고 각종 화면을 통해 인터넷을 공기처럼 들이마시는 세대의 세계관이 같을 리 만무하다. 똑같이 통신망에서 자랐다 해도 언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해왔는지에 따라 세대는 구분될 수 있다. 아이들의 세상과 앞으로의 사회를 헤아리는 데서 ‘온라인 디폴트’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 「1장 | 아이들은 화면에 ‘중독’된 걸까」 중에서

결국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억지로 분리하지 않는다. 삶을 담는 그릇이 달라졌을 뿐이다. 늦게까지 친구와 놀고 싶을 때, 혹은 친구와 꼭 그 게임을 하고 싶을 때 화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본인과 생각과 취향과 온도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연결되기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주변에서 채워질 수 없으면 온라인을 향할 따름이다. 학교에서 소위 인기 있는 ‘인싸’가 되고픈 바람과 온라인에서 디지털 브랜드로서 명성을 얻고픈 마음에 우열이 있을까.
― 「1장 | 아이들은 화면에 ‘중독’된 걸까」 중에서

2023년 5월 미국 테크 업계에서 약 4000여 명이 생성형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근로자가 생성형 AI에 의한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꼭 실직이 아니라도 거대한 변화 앞에 무력감과 혼돈이 가중된다. 아이들에게는 ‘AI 불안’이 우스갯소리도 괜한 설레발도 아니다.
― 「2장 | 인공지능 이후의 세상」 중에서

현재의 화면을 수용하는 정도에 세대 간 격차가 있을지언정 화면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젊은 세대는 일평생 화면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당사자로서 그러한 화면친화적 삶의 방향성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화면 속 세상이 주는 자유와 기회를 쫓으면서도 그로 인한 불확실성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대로 괜찮은가’를 두고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장본인이다.
― 「2장 | 인공지능 이후의 세상」 중에서

명백하게도 이 사회는 ‘게임이 없었던 세상’에서 ‘게임이 없었던 적이 없는 세계’로 옮겨가고 있다. 아이들의 화면 속에 다가갈수록 이런 관측이 등장한다. “(화면 속 세상은) 모두를 게이머로 만들 것이다.”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CoinDesk)》에 실린 한 칼럼은 기성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모두가 ‘게이머’를 닮아간다고 평했다.
― 「3장 | 인생은 게임처럼, 게임은 인생처럼」 중에서

게임은 도피처이자 재미의 원천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거기서 나아가 게임은 누구나 플레이해 볼 가치가 있는 화면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게임은 하나의 체계이자 문화로서, 각 개인에게 주어진 체험의 도구로서 은연중에, 혹은 결정적으로 미래 세대에 연결돼 있다.
― 「3장 | 인생은 게임처럼, 게임은 인생처럼」 중에서

반드시 자퇴를 하는 게 아니라도 이미 일선의 학생들은 자기 갈 길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오픈채팅방이나 소셜미디어에는 오늘도 ‘자퇴’에 대한 콘텐츠와 커뮤니티 방이 적지 않게 검색된다. 오프라인의 세계에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다 해도, 학교 바깥과 온라인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찾아 가려는 움직임이다.
― 「3장 | 인생은 게임처럼, 게임은 인생처럼」 중에서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Z세대는 창조적인 동시에 무기력하다. 이 세대에겐 종종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의욕이 없다는 낙인이 찍힌다. 그런데 당연하지 않을까. 게임에서도 자원이 부족하면 일단 주변 탐색하면서 자원부터 모은 후 기지를 세운다. 화면은 그들의 보수성에 여러 선택지를 줬다. 덕분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지만 보수적인 계획을 세워 이행할 따름이다.
― 「3장 | 인생은 게임처럼, 게임은 인생처럼」 중에서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 우리는 거기에서 오로지 산만하고 수준이 낮으며 수동적인 소통밖에 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화면과 함께 성장한 세대라면 대번에 알 수 있다. 화면 속에서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으며, 때로는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마음이 잘 맞는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날 온라인 화면은 바보상자의 확장판이면서도 전에 없던 사회적 연결망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 「4장 |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 중에서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 자기 아이를 자기보다 더 잘 아는 건 알고리즘만이 아니다. 어른들 눈에 소위 진짜 친구가 아닐지라도 공감대를 형성한 “모르는 사람들”이 젊은 세대에게는 진짜 소속감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일찍이 ‘나’라는 경계를 만들고 확장하면서 내가 공감하는, 혹은 공통 경험을 공유하는 범주를 재조립한다. 그 가운데 더 애착이 가는 커뮤니티가 생긴다면 거기서 기거하며 공통 서사를 쌓아올린다.
― 「4장 |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 중에서

2020년 토마 베작(Toma Beczak) 페이스북 글로벌 콘텐츠 전략 담당자는 “Z세대는 스스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 세대는 화면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해시태그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여기에 손을 보태는 숫자를 늘린다.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장 시위에 직접 참가하기도 한다.
― 「4장 |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 중에서

어린 유저들이 틱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먼저 유입된 것은 맞다. 그 후 이 앱은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12분기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손에 쥔 게 없는 젊은 유저들이 화면친화적으로 모여든 끝에 그 화면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얻은 셈이다. 그게 젊은 유저에게는 새로운 레버리지의 기회로 여겨졌다.
― 「5장 | 화면에 의존하며 살아도 될까」 중에서

모르고 지나친다. 이 지점에서 온라인 디폴트는 난감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화면 속 ‘가짜’가 가짜인 줄 모르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낳는다. 멀리서 예시를 찾을 필요도 없다.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범죄가 기술의 힘을 빌려 심화하는 요즘이다. 목소리에 영상까지 위조하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생성형 AI로 실사에 가까운 사진 이미지를 만들면 사실상 물리적인 촬영본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 미국 전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가짜 사진 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 「5장 | 화면에 의존하며 살아도 될까」 중에서

온라인 디폴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전방위적이다. 화면의 설계자들도 그에 대한 증인으로 나선다. 위에서 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무한 스크롤링(infinite scrolling)’을 고안했던 디자이너 아자 래스킨(Azar Raskin)은 2018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후회한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무한 스크롤이란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쭉 내리는 방식의 패턴이다. 이는 하나의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화살표나 숫자를 눌러야 했던 그간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놨다. 엄지손가락만 움직여 한없이 내려갈 수 있는 화면이 등장했다. 이러한 디자인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게 됐다는 후회가 설계자 본인의 고백으로 이어진 것이다.
― 「6장 | 지속가능성을 위한 저항」 중에서

자기효능감이라는 중요한 변수, 몰입과 중독 사이의 간극은 오늘날 화면에 살고 화면을 만드는 이들 모두에게 도전하고 있다. ‘우리는 화면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고민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다. 이들은 자기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며, 자기효능감을 회복하는 과업에 진심으로 임하는 중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모두 합쳐진 ‘나’를 구심점으로 안정적인 원운동을 하려는 움직임이다.
― 「6장 | 지속가능성을 위한 저항」 중에서

여전히 모범 답안을 권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허나 AI의 등장으로 인해서 답안 경쟁에서 이기기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 불확실성에 더해 지금의 화면 이용자들은 ‘무기력’이라는 이슈에 직면해 있다. 화면을 만드는 사람들과 알고리즘은 자극의 꽁무니를 쫓는 사람들에게 구태여 세상의 총천연색 빛깔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도리어 ‘나의 세계’에 갇히도록 맞춤 추천을 골몰한다.
― 「7장 | 나다움을 찾는 N세대를 위하여」 중에서

아이들의 일과표에는 질문할 기회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럴 때에 그들은 내적인 모티베이션이 결여되기 쉽고, 납작한 세계관에 맞춰 납작한 채점 기준표를 따르기 십상이다. 성인이 돼 버린 Z세대에게는 가열한 취업 준비의 길이 목전에 와 있다. 미성년자 Z세대는 입시라는 벼랑 끝에 섰다. 지금과는 다른 가치체계를 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막연히 예감하면서도 주어진 길을 이탈하지 못한다.
― 「7장 | 나다움을 찾는 N세대를 위하여」 중에서

그런 맥락에서 나다움을 찾아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시행착오는 단지 옳고 그름의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의 삶에 필수적인 생존 전략과도 같다. 기나긴 생애에서 누군가가 자기 자신과 손을 잡고 그 길을 무사히 걸어가려면 더 늦기 전에 발견과 상상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아직 살날이 남아 있는 기성세대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배움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면 온라인 디폴트는 당신의 눈동자를 밝힐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7장 | 나다움을 찾는 N세대를 위하여」 중에서

그렇게 우리가 손 놓고 있을 때 그 미래를 더 오래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는 가시밭길을 걷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게임식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야기하는 삶의 불균형을 고스란히 답습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려는 어른은 드물었다.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와 동일한 자극의 쳇바퀴를 굴릴 때 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몫은 개개인의 것으로 돌아갔다. 인공지능이 바꿔놓은 장래희망은 젊은 세대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텐데, 이 사회는 ‘인생 다 원래 불공평하고 괴로운 것’이라고 그들의 눈을 가리지 않았나.
― 「에필로그」 중에서

지은이 김지윤

디지털 에이전시 ‘스텔러스(Stellers)’의 대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재학 중이던 2014년까지는 ‘글밥’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영상제작 동아리와 대학 신문사에 찾아간 뒤 콘텐츠 제작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YTN플러스》, 《아웃스탠딩》, 《블록인프레스》 등의 회사에 몸담으며, 미디어의 최전선에서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2020년에는 테크 미디어 ‘뉴즈’의 공동창업자로 참여했고, 2022년 이후 독립해서 여러 기업의 미디어 채널을 구축하고 기획하는 일을 담당했다. 2024년에 스텔러스를 설립하여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고 운영하려는 사람들을 전방위로 도우면서, 콘텐츠를 통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기업과 기업이 연결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랫동안 과학기술과 인문학, 비즈니스와 사회 문제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 왔다. 그간 《동아비즈니스리뷰》, 《한국언론진흥재단》, 《제일기획 매거진》 등의 요청을 받아 미디어와 IT 기술, 우리 사회의 디지털 환경에 대한 글을 기고했고 많은 기관에서 그에 관련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책은 변화무쌍했던 지난 10년의 여정을 ‘화면’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정리한 첨예한 이정표 혹은 다정한 회고록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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