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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의 곤충사회
  • 김재호
  • 승인 2024.03.05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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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80쪽

“이 책은 그동안 제가 관찰한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태초에 생명의 늪에서 우연치 않게 자기를 복제할 줄 알던 어떤 화학물질, 이게 DNA입니다.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이 많은 생물은 전부 하나의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가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와 개미가, 나와 은행나무가 다 한 집안에서 왔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우리 생명 가족 중에 제일 막둥이입니다. 거의 제일 나중에 탄생했습니다.
인간은 어쩌다보니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결과로 태어난 겁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꼬락서니를 못 봐줍니다.
자연계에서 우리처럼 배타적인 동물은 처음 봅니다. 주변에 있는 비슷한 놈들을 몽땅 다 제거해버리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래놓고 스스로 ‘현명한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처럼 한 종이 사라질 때 전체 생태계가 와해하는 현상이 벌어질지는,
지금 우리가 가진 자연에 대한 지식으로는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 데이터도 우리한테는 없어요.

우리 인류의 불행의 근원은, 끊임없이 다양화하는 자연 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다양성을 말살하다가 자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8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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