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7:15 (토)
암벽등반하며 '物理'를 탐구하다
암벽등반하며 '物理'를 탐구하다
  • 이오봉 아주대
  • 승인 2006.11.02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오봉의 인물사진 이야기: 록클라이머 김두철 서울대 교수

중학교 2학년 때 경기중학교 산악반에 들어가 서울 인왕산에서 암벽을 배우기 시작했던 金斗哲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58세)는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록클라이밍을 한다. 서울 근교 북한산 인수봉, 노적봉, 만경대나 도봉산 선인봉, 주봉의 슬랩(slab, 70° 이하의 완만한 바위), 크랙(crack, 바위의 갈라진 곳), 침니(chimney, 바위틈이 넓어 들어가서 등반하는 곳), 오버행(overhang, 경사가 90° 이상의 암벽) 등을 라테르네(경기고 산악반 OB) 후배들과 자일 파트너가 되어 해오고 있다. 산에 갈 수 없는 날에는 서울대 교정에 세워진 높이 9m의 인공암장을 대학원생들과 오르내린다.

평소 윤영대 이화여대 교수(생물학과)나 오종환 서울대 교수(미학과), 건축가 정운주 씨와 자일 파트너가 되어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는 김 교수는 바위산에 올랐을 때 온 몸을 휩싸고 도는 희열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서울 서대문 안산(무학재) 대슬랩에서 록클라이밍을 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등산복 차림에 암벽 등반에 필요한 확보용 도구들을 온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산그늘이 벌써 대슬랩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가 등반하는 코스 옆으로 다른 록클라이머들이 등반을 하고 있어 안전벨트를 그들이 설치한 자일에 묶고 김 교수가 바위를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었다. 사진가는 대상 인물의 활동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대상 인물과 똑 같은 상황에서 같이 행동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사진가는 만능선수가 돼야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과 모험심도 갖춰야 한다. 대상 인물이 대자연 속에서 움직일 때를 기다린다면 예상되는 기상조건부터 알아봐야 한다. 김 교수의 이 인물 사진은 산그늘에 가려 컨트라스트가 살아 있지 못하다. 오전에 찍었어야 했다.

중·고등학교 때 방과 후나 주말이면 자일을 메고 북한산과 도봉산에 살다시피 했던 그는 부모님들이 산에 다니느라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산에 못 가게 할까봐 공부도 열심히 했다.

1966년 서울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하는 영예를 부모님께 안겨드렸다.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 석사까지 마친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1997년부터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통계물리를 가르치고 있다. 1백20여편의 SCI 논문과 NON SCI 논문 30여편, 그리고 3권의 저서가 있다. 그는 현재 목발을 짚고 학교에 나간다. 지난 9월 16일 북한산 병풍암에서 후배들과 록클라이밍을 하던 중 5m 정도 추락하여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1964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도봉산 주봉 직벽에서 떨어져 앞니가 부러지고 손에 화상을 입는 중상을 입은 이후 2번째로 산에서 당한 사고였다.

“할러데이, 레지닉, 워커 등 3인이 지은 베스트셀러 ‘일반물리’를 보면 예제풀이로 록클라이밍을 하는 사진과 함께 등반가가 바위를 오를 때 역학적으로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가 하는 등의 문제들이 많이 나옵니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산에 갈 수 없게 된 김 교수는 록클라이밍은 그가 연구하고 가르치는 물리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씩 웃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