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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 최승우
  • 승인 2024.02.27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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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지음 | 새움 | 200쪽

오늘도 나이스 샷을 꿈꾸는 보통 사람의 골프 이야기

이경 에세이

“이토록 재미있고 매력적인 골프를 왜 이제야 만났을까?
골프를 배우면서 내 인생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빠지는 머리카락 대신 골프채를 잡은 남자의 좌충우돌 골프 도전기

박세리, 김미현, 최경주, 박인비, 미셸 위, 타이거 우즈……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해도 세계적 골프 선수인 이들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골프는 한때 ‘귀족 스포츠’라 불렸지만, 사실 그 시작은 귀족과 거리가 멀었다. 여러 설이 있지만 현대 골프와 가장 비슷한 것으로, 스코틀랜드의 양치기들이 돌멩이나 털뭉치를 토끼굴에 넣으며 놀았던 것이 기원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골프의 중독성도 익히 전해지는데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2세는 “축구와 골프를 엄격하게 금한다” 명을 내렸고, 최초의 여성 골퍼로 전해지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는 남편이 살해당하고 며칠 뒤에도 바로 골프를 쳤다.

도대체 골프가 뭐라고, 그 매력이 무엇이기에? 현대에는 그 중독성에 일반 대중도 빠져들고 있는 듯 보인다. 스크린골프 시장의 빠른 성장은 비용과 심리적 거리감을 대폭 줄여, 골프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의 ‘2017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636만 명, 골프를 배울 의향이 있는 잠재 골프 활동인구는 956만 명으로 조사되기도 했을 정도.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골프는커녕 운동에 관심이 없었다.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볼 때마다 어쩐지 줄어만 드는 머리숱을 아쉬워하는 사람. 사라지는 머리숱과 달리 늘어지는 뱃살을 쥐어 잡곤 이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사는 사람. 스무 살에 60kg이었던 몸무게가 세월의 흐름에 앞자리가 두 번이나 변한 사람. 숨쉬기 운동만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고 계속했을 때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골프를 시작한 계기, 골프 연습장에서의 연습 과정, 처음 필드에 나간 날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배우는 것만으로도 효도’라 불리는 골프를 아버지와 함께하는 저자의 경험은 독자에게도 소중한 사람과 같은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 골프에 대해 거리감이 있었던 저자는 실제 골프를 배우면서는 두려울 정도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골프를 하는 각자에게 골프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는 영업을 위해 배우기도 할 테고, 누군가는 취미로 하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기도 할 테다. 나에게 골프는 어떤 의미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골프는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고 유익하다는 거다.” 초보 골퍼가 전하는 유쾌하고 솔직하고 때로 감동도 있는 이 책은 이제 막 골프를 시작했거나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차례

프롤로그

1. 골프가 뭐라고
2. 골프에 빠지는 중입니다
3. 골프에 아주 빠졌습니다
4. 오늘도 나이스 샷
5. 필드에 나갑니다

에필로그

저자 소개

이경

뭐든지 미루기 좋아하는 게으른 쫄보. 줄어드는 머리숱과 늘어나는 뱃살에도 될 대로 되라,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만 간신히 하던 평범한 사람. 그런 그가 함께 골프를 치자는 거래처 사람들의 압박, 아버지의 골프채 선물, 아내의 허락 쓰리 콤보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니, 근데 골프가 이렇게 재밌는 운동이었나요?” 그는 그만 골프에 빠져버렸다. 초보 골퍼가 처음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낸 이 책은,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담은 첫 소설 <작가님? 작가님!>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필명 ‘이경’은 아내가 불러주는 이름이다.

인스타그램 @crave4you

본문 속에서

스무 살에 60kg이었던 몸무게는 세월의 흐름에 앞자리가 두 번이나 변했다. 날씬하던 나는 어느새 80kg의 배 나온 아저씨가 돼버렸다. 아아, 젊은 시절 나는 세월 앞에서 참으로 겸손하지 못했구나. 겸손을 몰랐던 나는 돼지처럼 살만 찐다. 
_17쪽, ‘돼지와 권 코치’에서

아버지와 같은 취미를 갖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꽤나 멋진 일임이 분명하다. 그게 캐치볼이든 골프든. 점점 노쇠해져가는 아버지와 이런 로망을 나눌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까. 나보다 조금 앞서 골프를 시작한 한 지인은 인스타그램에 골프 연습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런 문구를 적기도 했다.
‘놀랍게도 배우는 것만으로도 효도.’
나는 그 문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격하게 인정. 
_25쪽, ‘유년 시절의 꿈’에서

골프를 배우고 한 달이 지나자 삶에서 하나둘 변화가 찾아왔다. 손가락 마디에 물집이 잡힌다거나, 방바닥을 물걸레질하면서 그립을 잡아본다거나 하는 일이다. 물걸레를 골프채 삼아 그립을 잡는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아내의 “얼씨구”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방바닥을 닦는 것이다. 
_54쪽, ‘유튜브를 봅니다’에서

“이렇게 치시면 됩니다. 이렇게.” 
코치님은 한 번 스윙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를 붙여 말했다. 코치님이 스윙하며 ‘이렇게’를 외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어떻게’를 읊조렸다.
탕! 슉! 퍽! “이렇게”, ‘어떻게…….’
탕! 슉! 퍽! “이렇게”,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_67~68쪽, ‘드라이버를 잡다’에서

한때 나는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세상은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우울함투성이처럼 느껴졌다. 이런 성향을 바로 고치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골프채를 휘두를 때만큼은 천천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천천히 백스윙을 올리듯 조금 느긋하게 생각한다면 그 앞에는 멋진 스윙이 기다릴지 모를 일이니까. 무엇보다 골프는 멘탈 게임이라니까. 
_93쪽,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처음은 언제나 신선함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첫사랑, 첫 키스, 첫 이별. 모든 게 그렇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크린 앞에서 공을 날리고 비거리를 확인한 나는 대부분의 처음이 그렇듯 신선하면서도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두려운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재미였다. 스크린 골프는 두려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맙소사. 그럼 실제 필드는 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걸까? 
_115쪽, ‘비거리가 궁금해’에서

어프로치를 연습하며 무언가에 가닿길 바라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런 마음은 골프 어프로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마음이 가닿길 바라고, 글을 쓸 때는 글이 독자에게 가닿길 바란다. 어프로치(Approach). 무언가에 다가간다는 그 뜻이 어쩐지 나는 맘에 들었다. 
_141쪽, ‘샌드웨지를 잡다’에서

그럼에도 골프 연습을 하며 몸과 정신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퇴근 후에는 밥을 먹고 누워서 책이나 TV를 보던 나는 조금은 더 활동적인 사람이 되었다. 골프를 하면서 평소 사용하지 않던 내 몸을 이해하게 되었달까. 골프를 하며 물집이 잡힌 손도 통증이 느껴지던 팔도 결국은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_191쪽, ‘다시 연습장으로’에서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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