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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 김재호
  • 승인 2024.02.20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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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주얼 지음 | 이지원 옮김 | 뿌리와이파리 | 384쪽

힘 있는 자들이 낙인찍는 주홍 글씨, 눈송이
그런데 한국의 꼰대 문화와 청년 정치 담론이 이와 너무도 닮았다!

입맛대로 청년을 미화하고 악마화하는 가짜 세대론과
쪼개고 갈라치는 분열 정치에 맞선 ‘빌어먹을 눈송이들’의 도전

20~30대 청년을 일컫는 명칭이 범람하고 있다.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2030세대, MZ 세대, 알파 세대, 더 나아가 이대남, 이대녀까지. 그런데 흥미롭게도 동일한 대상이 때에 따라서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세대로 규정된다. 시대의 짐을 짊어진 불쌍한 세대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대로,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능한 세대로, 깊은 젠더 갈등에 고통받는 세대로 입맛대로 그려진다. 도대체 우리 시대의 청년은 어떤 이들인 걸까? 그들을 구분 짓고 규정하는 기준은 타당한 것일까?

『워싱턴 포스트』의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해나 주얼은 눈송이 세대(snowflake)라 불리는 영미권 청년들을 분석하면서 이런 세대론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강인하고 참을성 많은 기성세대와 달리 나약하고 예민하고 불평 많은 철부지 세대로 규정되는 눈송이 세대는 때에 따라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한국의 청년들과 너무도 닮아 있다.

눈송이란 말의 어원을 찾고, 그 용어에 숨은 기득권의 문화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폭로하는 해나 주얼의 시도는 우리의 꼰대 문화와 청년 정치 담론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멸칭으로 불릴 것인가, 아님 우리의 이름을 되찾을 것인가. 입맛대로 청년을 미화하고 악마화하는 가짜 세대론과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맞선 ‘빌어먹을 눈송이들’의 도전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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