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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교수는 왜 ‘글로컬’을 지향하게 됐나
지방대 교수는 왜 ‘글로컬’을 지향하게 됐나
  • 박한우
  • 승인 2024.02.2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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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나는 글로컬대학 교수다』 박한우 지음│352쪽│패러다임북

20년간 정체된 교육부의 제도적 자유 지표
지방대학의 생존·소멸이라는 양자택일 넘기

독자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내 소속 대학이 최근 발표된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 대학은 탈락했다. 이 책은 이번에 실시된 ‘글로컬대학’ 사업과 관련된 내용도 있지만, 미디어·데이터·인공지능·가상자산·헬릭스(helix: 지역 혁신의 새로운 모델) 등 다양한 이슈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에 대해 글로벌하게 활동해 온 지방대 교수의 입장과 관점에서 펼쳐봤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와 인천공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두 개의 큰 글씨가 눈에 띈다. 서울과 지방. 우리들은 이제부터 또 다른 피곤한 여정을 시작한다. 공항이 ‘지역’ 대신 ‘지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오히려 위안으로 다가올 정도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지방을 변방·시골·이류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균형 발전을 이야기했지만, 20년 동안 지방대학에서 바라보면 여건이 나아진 적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지방소멸의 그림자와 함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아픈 가슴을 울리는 주제들을 다시 꺼내서 하소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선배의 조언처럼, ‘IN-서울’을 위해서, 수도권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소홀했던 스스로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금융이나 오락 산업과 달리, 교육이나 연구는 지리적 위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리석고 미친 시도라고도 불리는 구글의 ‘룬’ 사업처럼 지방살이에 대한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사례들을 학술적·정책적·실무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논의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역사회와 의사소통」 장에 포함된 ‘제주와 경북, 지방살이의 멍청한 산만함’과 ‘동네 석학이 사라지고 있다’ 등에 잘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서울이 아닌 글로컬을 선택한 것이 옳았는지 자신 있게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의사소통」,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NFT와 메타버스」, 「트리플헬릭스와 혁신」 등 이 책에 나오는 연구 분야 개척을 위해 진력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었다. ‘차차차’ 정책과 노벨상에서 말했듯이, 비학술적 업무에 자주 끌려다니는 서울에 비해 지방은 보편적 현상을 다르게 인식하고 이상 징후를 찾아내며 뜻밖의 발견으로 알려진 세렌디피티 과정이 더 쉬울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을 제공해 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현재에 안주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정책은 지나치게 엄격해, 지방대 관계자들은 이를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중앙 정부는 지방대를 인력 양성과 공급의 관점에서 수도권 기업을 보조하는 기관으로만 인식한다. 이는 성장만이 미덕이던 과거 사회의 유물이다.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안경의 렌즈 색깔을 바꾸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역공동체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univer X city’(도시)라는 표현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학생교육·연구개발·산학협력·사회봉사 등 기존의 업무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교수 집단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모드3’ 대학으로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트리플헬릭스와 혁신」 챕터에서 국제 학계의 논의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 대학의 아카데믹 자유는 1990년대에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규제 환경은 눈에 띄는 변화나 학문적 기관의 자율성 증대 조치가 없었다. 즉, 제도적 자유 지표는 다른 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으로 최근 20년간 정체돼 있었다. 특히, 교육부는 정부 지원금과 특정 사업 보조금을 통해 사립대의 자율적 의사결정과 다양한 추진과제를 제약해왔다.

대전환의 시대에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변화돼야 한다. 또한 당국과 교수 집단은 지방대학의 생존과 소멸이라는 극단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과도하거나 미흡하지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을 열린 시각에서 논의하고자 노력했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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