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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9] 느닷없이 다시 나타난 빈대...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나섰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9] 느닷없이 다시 나타난 빈대...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나섰다
  • 권오길
  • 승인 2024.02.1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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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근래 들어 빈대에 공생하는 세균이 없으면 빈대 산란력이 확 줄어드는 것을 알아내고 그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위키백과

2023년 11월 현재, 빈대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9일 충남 아산시의 한 원룸에서도 빈대가 확인됨에 따라 현재 빈대는 서울·인천·대구에 이어 충남까지 번졌다. 

국내에서 빈대는 1960∼1970년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DDT) 살충제를 쓰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2014년부터 올 초까지 질병관리청이 접수한 빈대 신고는 9건이 전부였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빈대 신고가 늘면서 한 달여 만에 신고 건수가 10년 누적치를 앞지른 것이다.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긴 빈대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응에 나섰다. 이날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빈대 퇴치에 쓸 수 있는 살충제 8종을 새로 승인했다. 그동안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pyrethroid insecticide)를 주로 썼는데 빈대가 이 살충제에 내성을 가지면서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계 디노테퓨란(dinotefuran) 성분의 살충제를 추가로 허용한 것이다. 다만 새로 승인된 살충제는 모두 전문 방역 업체가 쓰는 것으로 일반 가정에선 사용할 수 없다.

빈대는 둥글납작한 모양이며, 몸빛은 붉은색을 띤 갈색이다. 몸이 작고, 편평한 타원형이어서 아주 좁은 틈새에 숨을 수 있다. 앞날개는 매우 짧으며, 뒷날개는 퇴화하고 다리는 세 쌍이다. 빈대는 불완전 변태를 하며 애벌레(유충)는 다섯 번 탈피하여 성충이 된다. 암컷은 하루에 2~3개의 알을 낳으며, 몇 달 동안에 총 100~25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1~2주 만에 부화하여 1주일 후에 피를 빨 수 있으며, 4주일 후에 자란 벌레(성충)가 되고, 수명은 약 1년이다. 병을 전염시키지는 않는다고 하고, 아시아 남부 원산으로 지금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또 빈대(Cimex lectularius)는 먹이(피)를 빨기 전의 몸길이는 6∼9mm이고, 몸 빛깔은 대개 갈색이나, 먹이를 먹은 후에는 몸이 부풀어 오르고, 붉은색이 된다. 보통 5~10분이면 피를 다 빨아 배가 빵빵하게 살집이 오르고 새빨개진다. 몸은 편평하고 약간 사각형으로 보이며 머리는 작다. 

빈대(bedbug)는 노린재목(반시목, 半翅目) 빈댓과에 드는 곤충으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23속 75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한반도에는 세계 공통 종인 보통 빈대(C. lectularius)가 서식하고 있다. 완전히 성장하면 길쭉한 달걀 모양으로 납작하고, 더듬이는 4마디이고, 주둥이는 3마디며, 홑눈은 없고, 겹눈은 뒤쪽으로 널따랗게 뻗었다. 앞날개는 퇴화하여 작은 판 모양의 날개 딱지로 남았고, 뒷날개는 없어서 빈대는 날지 못한다.

또한 성체는 1분에 1m를 이동하고, 불완전 변태(탈바꿈)를 하는 동물의 애벌레인 약충(若蟲, nymp)은 1분에 25cm를 기어간다.  빈대를 만지거나 배를 터뜨리면 불쾌하고 특이한 노린재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서 빈대를 취충(臭蟲)이라고 부르며, 빈대 냄새는 고수의 향과 유사하여 고수풀을 ‘빈대풀’이라 한다.

빈대는 본래 동굴 속 박쥐에 기생하며 살아왔고, 새 둥지에도 은신처로 삼으며,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의 몸에서도 발생한다. 빈대에 찔리면(물리면) 무척 가렵고 많이 물리면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빈대 붙다’’란 말이 있으니 남에게 빌붙어서 득을 본다거나 지나치게 염치가 없는 사람을 나무라는 뜻이다. 그리고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란 말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이 빈대에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은 옛날에 개구리밥 등 몇몇 식물을 말려, 태워 그 연기로 빈대를 쫓거나 잡으려고 했는데, 그러다가 실수로 불난 경험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그리고 아마도 ‘빈대떡’이란 명칭은 빈대의 이런 납작한 모양을 빗대어 생겨난 말일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의 짝짓기 중에서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하는 것이 빈대들의 교접 형태인데, 빈대는 외상성사정(外傷性射精, traumatic insemination)이라는 특이한 번식을 한다. 즉, 빈대 수컷이 교미할 때 상대의 복부를 가시가 있는 성기로 찌른 뒤 정액을 주입한다. 다시 말하면 수컷이 기병용 칼날을 닮은 음경으로 암컷의 배(체강)를 푹 찔러 정자를 몸 안에 넣으면 그것이 피를 타고 가서 난소로 찾아든다. 다행히도 암컷 배에 있는 V자 모양의 홈에다 찌르기에 암컷에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빈대는 몸이 납작하다는 특징을 살려 낮에는 벽의 틈 사이나 침대 이음새에 숨었다가 밤이 되면 기어 나와 피를 빠는데, 꼭 어두울 때 활동한다. 또 빈대는 다른 해충과 유사하게 흡혈한 자리에서 배설하거나, 가구 등 안전한 장소로 돌아가서 분변을 배설한다. 빈대의 배설물은 혈액이 소화되고 남은 반 액체성의 검붉은 덩어리로, 피부나 가구, 섬유, 벽지 등에 잘 흡착되어 거무튀튀해진다. 

그리고 빈대의 핏속에 든 DNA는 90여 일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범죄 과학 수사에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빈대는 생존력이 뛰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서도 반년 넘게 견딘다. 1940년대 초에 쓰기 시작하여 1970년대 초에 환경 문제(발암물질)로 회수되고 말았던 DDT 살충제 덕에 거의 사라졌으나 미국 등지에선 느닷없이 2,000년대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도 흡혈 곤충인 이, 벼룩, 빈대 따위에 지질히도 괴롭힘을 당했지만, 이제는 코빼기도 안 보였던 것은 살충제 말고도 연탄가스가 큰 몫을 했을 것으로 본다. 바퀴벌레, 개미, 거미, 지네 따위의 포식자가 성가신 빈대 놈을 잡아먹는다고는 하나 ‘생물학적 병충해 방지’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근래 들어 빈대에 공생하는 세균이 없으면 빈대 산란력이 확 줄어드는 것을 알아내고 그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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