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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
  • 최승우
  • 승인 2024.01.3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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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탈 무페 지음│이승원 옮김│문학세계사│124쪽

샹탈 무페의 문제적 신간, 영문판과 동시 출간!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에서 신자유주의 권위주의에 갇힌 세계에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전략으로 좌파 포퓰리즘이란 담론을 주장한 샹탈 무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권위적으로 변한 정치 지형을 비판하고, 팬데믹이 표면화시킨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좌파가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대안을 말한다.

문학세계사는 올 11월 초에 영미권에서 출간된 샹탈 무페의 문제적인 신간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의 영문 원고를 지난 6월에 입수하여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이승원 교수의 번역으로 영문판과 거의 동시에 출간하게 되었다. 한편, 올해 80세인 샤를루아 출신의 벨기에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샹탈 무페는 11월 24일 심장 마비로 발파라이소에 입원을 한 후 모든 일정이 취소된 상태이다.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의 저자 샹탈 무페는 1943년 벨기에 샤를루아에서 태어났으며 벨기에 루뱅, 프랑스 파리, 영국 에식스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한 후 포스트 마르크스주의와 급진 민주주의 정치사상가로서 현재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민주주의 연구소와 근현대문화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무페의 사상적 배경에는 이탈리아 혁명가이자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정치사상이 있다.

무페는 특히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에 대한 반본질주의적 재해석을 통해서 경제결정론과 계급 환원론에 빠져 능동적이고 확장적인 정치를 전개하지 못한 채 대중의 자발적 정치 활동과 점점 멀어져 가는 일부 마르크스 이론과 좌파 운동을 비판하면서, 포스트 마르크스주의를 토대로 하는 급진 민주주의 정치 전략을 제시한다.

이러한 무페의 이론적 발전 과정에는 그녀의 영원한 동반자인 에르네스토 라클라우가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70년대 초 에식스대학에서 만난 이들은 1985년에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을 공동 집필했으며, 이 책은 출간과 함께 전 세계 마르크스 이론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에 피할 수 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전통적 계급 운동의 정치 전략적 한계와 자유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보수적 통치 전략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함께, 기존 마르크스주의 운동의 이론적 한계를 ‘넘어서post’면서 동시에 마르크스주의의 철학과 전망을 계승하고자, 포스트 마르크스주의Post-Marxism를 주창하고 그 실천적 전략으로서 급진 민주주의 정치를 제시한다.

정동의 힘이 이끄는 사회 정의와 연대를 통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정치적 제안
기후 재난과 팬데믹이 만든 글로벌 정치 위기에 맞선 ‘녹색 민주주의 혁명’

제레미 코빈, 버니 샌더스, 장 뤽 멜랑숑이 패배한 것에서도 봤듯이 최근 몇 년 동안 포퓰리스트들의 촉망받던 순간들이 흔들려 왔다. 게다가 코로나 대유행이 보호책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불러오면서 권위주의적 형태의 정치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었다. 이런 새로운 상황은 좌파에게는 도전이다. 그러니 진보에 대한 그들의 합리주의적이고 모더니즘적인 생각은 당연히 그러한 요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는 팬데믹이 표면화시킨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에서 샹탈 무페가 주요한 정치적 개념으로 강조하는 ‘정동affect’은 이미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무페에게 ‘정동’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나눠진 대중이 하나의 집단적이고 정치적 동일성 안에서 구성되고, 정치적 리더십과 대중이 연결되는 중요한 힘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무페는 이 정동을 본격적으로 정치/정치학의 주요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무페의 입장에서 보면 신자유주의의 신권위주의 정치 세력은 이 정동에 기반한 정치를 효과적으로 펼치면서, 지난 40여 년간 글로벌 정치를 지배하고 대중 스스로 이 통치방식에 최적화해 나가는 헤게모니 전략을 성공적으로 전개해왔다.

하지만 자본주의 축적 위기가 드러나는 연이은 글로벌 경제 위기 그리고 이것의 극단적인 징후인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재난 현상은 신자유주의가 제시하는 환상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통치방식의 위기가 그동안 침체되어온 좌파 정치의 재활성화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좌파 정치의 위기는 단지 신자유주의 세력의 성공적인 헤게모니 통치 전략의 효과만이 아니라 ‘합리주의’에 갇혀 대중과 공감되지 못하는 좌파 정치의 내적 한계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동 정치에 기반한 좌파 포퓰리즘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기에 처한 신자유주의 정치 세력에게 반동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녹색 민주주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대중 정치를 회복하라!

샹탈 무페는 이러한 정동 정치와 좌파 포퓰리즘이 가장 강력하면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할 수 있는 공통의 정치 현상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전 인류가 동시에 체감하는 비상사태로서의 기후 재난 상황(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샹탈 무페는 이 팬데믹과 기후위기, 생태적 재앙의 근원에는 금융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으며,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중심으로 생태주의 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접합을 통해서 대중의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확장할 것을 주장한다. 

이 녹색 민주주의 혁명 전략을 위해 샹탈 무페는 팬데믹 시기 ‘안보와 보호’ 담론이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민족주의와 알고리즘 방식의 신권위주의적 통치방식으로 대중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동원된 것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어서 무페는 이 ‘안보와 보호’ 담론을 대중에게 권한을 부여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필요한 물적 조건을 지키고, 사회를 민주적으로 지속해나가는 차원으로 재구성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정동에 기반한 좌파 포퓰리즘 전략으로서의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서, 폭넓고 다양한 민주주의 요구를 연대와 사회 정의 차원에서 연합하고, ‘녹색 민주주의 혁명’의 깃발 아래 새로운 기후 레짐을 형성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기대한다.

샹탈 무페의 새 저작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는 사회 정의를 제공하고 연대를 촉진하는, 소수가 아닌 다수에 대한 보호이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치 조직들에게 들려주는 과감한 집결의 외침이다.

샹탈 무페 Chantal Mouffe
 
1943년 6월 17일 벨기에의 샤를루아에서 태어났다. 루뱅가톨릭대학교(벨기에)와 소르본대학교(프랑스)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한 뒤, 에식스대학교(영국)에서 만난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Hegemony And Socialist Strategy』(1985)을 출간하면서 주목받았다. 기존 마르크스주의의 경제결정론과 계급정치학을 비판해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무페는 점차 연구 범위를 확장해 이성과 보편성 중심의 서구 근대 정치철학을 급진적으로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경합적 접근법(경합적 다원주의)에 의거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이념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와 근현대문화연구소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For a Left Populism』(2018)가 있다.

이승원 옮긴이 

영국 에식스대학교 정치학과 ‘이데올로기와 담론 분석’ 박사. 현재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시한 연구소, (사)지식공유 연구자의 집에서 활동하면서 민주주의, 포퓰리즘, 사회혁신, 도시 공유urban commons 운동 관련 현장 기반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후마니타스, 2012),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문학세계사, 2019), 저서로는 『민주주의』(책세상, 2014), 『커먼즈의 도전: 경의선공유지 운동의 탄생, 전환, 상상』 등이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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