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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칸집
아홉칸집
  • 최승우
  • 승인 2024.01.31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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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주 지음│문학세계사│244쪽

“집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기에
삶을 관통하는 기억, 감성, 가치관이 집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어떤 집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나와 가족의 삶이 재구성된다.”

집을 옮기다

〈스튜가 하우스〉의 공동대표 차민주 작가는 도심이라는 친숙한 불안으로부터 떠나와 낯선 설렘이 있는 곳으로 삶의 터를 옮겼다. 아파트에서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위아래로 쌓여 있던 수직적인 관계에서 옆으로 나란한 수평적 관계로의 변화, 입체적인 공간 안에서 구성원들의 관계 변화.

아이들이 마당에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2층까지 쏜살같이 쿵쾅대며 올라가는 모습을 미소로 관망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었다.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한여름 밤 작은 파티를 열고 이웃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것도 집을 짓고 마을로 들어오면서부터 생긴 즐거움이었다. 사람 사는 맛, 그 맛을 소소한 불편과 맞바꾸고부터 저자의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아홉칸집’의 품 안에서 형태적으로는 집의 외관과 내부를, 정서적으로는 집 곳곳의 의미를 생각하며 메모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글이 쌓였을 때 문득 ‘아홉칸집’에 대한 이야기를 집을 꿈꾸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내 집을 짓겠다는 꿈을 꾸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설레어 그 여정이 행복할 테니까. 그렇게 사람과 삶이 담긴 공간 에세이 『아홉칸집』이 만들어졌다.

공간과 삶, 그리고 집이 주는 깊은 철학과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집은 내 삶에 관한 것이고, 당신의 삶에 관한 것이며,
시간이 거쳐 갈 무수한 삶에 관한 것입니다.

『아홉칸집』의 프롤로그 제목이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은 집을 짓고 싶은 사람,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 공간에 대한 이해와 철학을 알고 싶은 사람, 목조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아홉칸집』은 도시의 혼잡과 불안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가족과 함께 탈도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고민과 결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며, 독자들이 저자의 여정을 함께 경험하도록 초대한다.

『아홉칸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다. 이 책에서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장소를 넘어 삶의 터전, 가족과 시간을 공유하는 소중한 공간이자, 세월을 담아내는 특별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집이란 무엇인가, 삶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고민해볼 수 있다.

또한, 『아홉칸집』은 목조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과정에서 현대 사회에서 삶의 풍요로움과 가치를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집을 짓는 과정과 그 의미, 탈도시를 선택하는 이유와 과정,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 책은 사람이 사는 맛, 집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의 삶에 미치는 깊은 영향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아홉칸집』은 독자들에게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만의 삶과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 공간과 철학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목조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아홉칸집』이 깊은 공감과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우리의 삶과 가족, 그리고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차민주

건축 시공을 하는 〈스튜가 하우스〉의 공동대표이다. 기업과 학교에서 오랫동안 요가 강사로 일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전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살다 결혼하면서 요가 일을 그만뒀다. 휴가 같은 공백은 좋았지만 다시 일을 하고 싶어졌다.

삶의 어느 단계에서 선택은 스스로 설계한 삶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의 표명이라 생각했다. 남편 일을 보조하면서 건축 일을 시작했다. 건축 일 역시 몸처럼 기본 뼈대인 구조가 튼튼해야 기능을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 것은 인생에 유비된다는 모토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가 주는 편리성을 단독 주택의 안온한 삶으로 전환하였다.

책임은 늘어났지만 자연의 풍경과 사람의 정경이 어우러진 삶의 방향성은 잘한 결정이라 믿고 있다. 그 선택의 결과가 ‘아홉칸집’이다. 이곳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잡초 뽑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별을 좋아하게 되었다.

〈스튜가 하우스〉는 2010년 ‘여천재’ 경기도건축문화상, 2011년 ‘장원 재사’ 산림청장상 대상, 2011년 ‘레드스쿨’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3년 ‘청담동스튜디오하우스’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2014년 ‘천리포 방문자 센터’ 대한민국목조건축대상 대상, 2015년 태안건축문화상, 2016년 ‘염치주택’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2017년 ‘CLT 단독주택’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 2019년 ‘열달 나흘’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2021년 ‘아홉칸집’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아홉 칸의 의미

각층의 평면 구성이 아홉 칸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홉칸집’이란 이름을 붙였다.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 방 아홉 칸으로 구성했는데, 이런 구성이 목조건축 문화재에 보편적으로 쓰였다고 한다. 아홉 칸은 내부 공간의 분절이 가능하여 한 칸을 하나의 모듈로 칸마다 합치고 분리하기 쉽다.

장소와 장소는 개별적인 공간으로 정의하지 않고 복도 없이 하나의 공간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는 평면뿐만 아니라 수직적 공간에서도 적용하여 커다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안방, 아이방, 화장실, 놀이방 등 모든 공간은 동등한 크기와 위계를 갖고 필요와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동선으로 현관, 지하 다용도실 데크와 맞닿는 모서리 통창 등 여러 동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함과 동시에 지하와 다락을 한 번에 연결하는 계단과 층별 테라스는 아홉 칸의 구성으로 다채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평면상 3칸×3칸에 수직적 3칸×3칸이 더해진 구성으로 27개의 부유하는 공간이 기초로 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채움’과 ‘연결’을 조절할 수 있다.

차례

□프롤로그

내 공간이 우리의 공간이 된다는 것에 대해
존재와 시간
집의 의미
비움의 거실
한식으로 만든 사랑방
함께 사는 이의 집(남편의 시선1)
뽀송뽀송한 지하
그물
전망 좋은 욕실
얼굴빛과 정서에 좋은 간접 조명
아이방이 아이의 성격을 결정할 수도
목수의 핸드메이드 계단
쓸모있는 테라스
수水공간
편백 욕조 대신 편백 마감으로
마음의 빛깔(남편의 시선2)
조리대와 싱크대를 일렬로 배열하기
‘아홉칸집’의 문과 창호
목조건축은 예민함을 줄여준다    
오래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공간
구조가 마감인 건축미학
목조주택의 가치
북한산을 조망하며 쉼을 선택한다
목조주택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바람직한 투자
자기 결정권
자연의 빛깔(남편의 시선3)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을 곳이 필요해
기능도 아름다움도 다 중요해
집의 정의는 동네까지 포함한다
집에서 좋은 기억 축적하기
목조는 불에도 강해요
건축은 좋은 인연을 만든다
집에서 친목을 다지고 네트워크 확장을 이루다
마당
앞마당 옆마당 뒷마당이 순환하는 집(남편의 시선4)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깊이감 있는 거실과 계단실
비 구경하면서
공간을 돌보는 일
나무의 시간과 함께
숨에서 숨으로 이어지는 거실
마당의 경험
이 땅은 우리 편이었어!
EBS 〈건축탐구-집〉

동네 산책의 위로
어떤 동네에 살고 싶으세요?

□아홉칸의 의미
□에필로그

추천사

건축가인 나에게 ‘아홉칸집’이 매력적인 이유는 전통과 현대 건축이 경계 없이 녹아들어 그 안에 청명함과 은은함을 하나로 품고 있다는 점이다. 3x3의 창의적인 공간 구성과 고인돌이 연상되는 남다른 형태이지만, 자연과 동네의 풍광에 거슬리지 않고, 다른 건축가들이 설계한 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다채롭고 여유로운 생활감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아홉칸집’은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와 김갑봉 대표라는 목조건축의 두 대가가 만나, 경험과 안목으로 만들어 낸 수작이자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참 좋은 집’이라 하겠다.
─조정구(건축가, 구가도시건축 대표)

‘아홉칸집’은 집과 마당이 긴밀하게 이어진 주거공간입니다. 땅의 모양을 존중하면서 지어진 집과 자연과 호흡하는 마당은 우리의 생활을 더욱 살아있게 만듭니다. 가정은 이러한 집과 마당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경과 바람의 경치가 가득할 때 더욱 아름답게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집과 마당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집. 그 집이 바로 ‘아홉칸집’입니다.
─도미이 마사노리(건축가, 구가도시건축연구소 특임교수)

책 속으로

“집짓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집을 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건축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기에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겹의 감정과 상황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삶을 관통하는 기억, 감성, 가치관이 집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어떤 집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나와 가족의 삶이 재구성된다.”
─〈건축은 좋은 인연을 만든다〉 중에서

“건축물의 구조를 만들고 마감재로 감싸서 완성한 후에는 그 건축물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구조는 목재 자체가 훌륭한 마감재이기 때문에 목구조를 노출하면 좋은 마감재로 만든 구조적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구조가 마감인 건축미학의 완성이다.”
─〈구조가 마감인 건축미학〉 중에서

“날 선 감정을 안고 산다는 것은 안으로는 나를 긋고, 밖으로는 상대를 벨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태인데, 이 도시에는 자신을 다치게 하는 날카로운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익숙한 불안을 차근차근 대비하며 살아보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유는 일터를 떠난 후 주어지는 하루의 남은 절반을 잘 살지 못해서다. 퇴근 저녁이 여행처럼 설렐 수 있다면 그의 삶은 낮의 긴장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 그 자체의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숨에서 숨으로 이어지는 거실〉 중에서

“그렇다면 집이란 무엇인가? 나는 집이 삶의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선 프롤로그라고 생각한다. 몽상가로서의 인간, 창의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기틀은 자유로움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테니까. 그것이 집 그리고 가족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말수가 줄고 자아가 명료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은 자기 세계 속으로 숨어들기 바쁘다. 나는 이 짧은 몽상의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몇 해 후 집을 지어 목조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의 의미〉 중에서

“동네가 좋아야 그 안에 사는 삶이 안온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 일상은 즉흥의 연속이고 삶의 사건은 그저 벌어지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 빠르게 위로와 환기가 되는 주변이 있다는 것은 위안이 된다. 나는 주위에 초록이 많은 것이 중요했고 걸어서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떤’에 포함되었다. 골목에서 걸어 나와 느긋하게 차 한잔 즐길 카페가 있고 산책을 하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름까진 몰라도 이웃이라는 걸 금세 감지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 망설이지 않고 도와주는 소속감이 발현되는 그런 동네. 유난히 자신과 맞는 동네에 들어가면 햇살도 더 풍성한 것 같고, 낯설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동네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경험까지가 건축의 경험이 될 것이니 환경을 고려한 어떤 동네에 살고 싶은지 스스로 자주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
─〈어떤 동네에 살고 싶으세요〉 중에서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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