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50 (토)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7] 시속 109.4km의 초고속 이동이 가능한 ‘강하고 긴 뿔’ 청새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7] 시속 109.4km의 초고속 이동이 가능한 ‘강하고 긴 뿔’ 청새치
  • 권오길
  • 승인 2024.01.17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청새치
청새치의 뾰족한 위턱을 보면 창처럼 찌르는 용도 같지만, 사실은 측면에 날이 서 있어서 칼처럼 휘둘러서 마구 베는 용도다. 사진=위키미디어

KT계열사, sky TV의 취미/레저 전문 채널인 <ONT>(채널 124)에서 방송하는 ‘인간과 바다(9회)’ 프로그램의 ‘바다의 최강 대물검객, 일본 청새치잡이’를 재미있게 보았다. 

오키나와 청새치 낚시는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509km 떨어져 있는 일본 최서단의 작은 섬인 요나구니이다. 일본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이 섬에는 유명한 세 가지의 동물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청새치, 말, 나방이다! 그중에서도 청새치는 오랜 세월 어업을 이어온 요나구니 섬마을 주민들의 생계와 떼놓을 수 없는 물고기다.

요나구니에서 청새치를 전문적으로 잡아들이는 어부는 30여 명, 그중에서도 어부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었으니, 78세의 카와타 씨다. 노장의 어부는 세월의 흐름이 무색한 듯 여전히 혼자서 배를 몰고 청새치잡이를 떠난다. 짙푸른 바다에서 펼쳐지는 대물 검객 청새치와 노장 어부의 승부전이 펼쳐진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카와타 씨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에 등장하여 유명해진 청새치(Makaira nigricans, blue marlin/striped marlin)는 가장 인상적인 바닷물고기 중의 하나다. 강하고 긴 창 모양의 위턱(뿔)이 특이하고, 몸길이는 4.5m, 몸무게는 900kg까지도 나간다고 하며, 그중에서 100~150kg짜리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옆구리와 배에는 넓은 청색 띠가 나타나므로 ‘striped marlin’이라도 하는데,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의 열대 또는 온대 해양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등 전체를 덮고 있는 등지느러미가 큰 특징이다.

청새치는 긴 창 모양의 위턱을 사용하여 빽빽한 물고기 무리를 헤치고 돌진하여 물고기를 기절시키거나 상처를 입혀 먹이를 잡는다. 청새치는 수표면에서 가까운 따뜻한 물을 좋아하며, 고등어 같은 원양 어류를 먹고 살지만, 오징어를 잡아먹기 위해 깊은 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청새치는 낚시에 걸리면 무서울 정도로 반항하는 무시무시한 힘 때문에 스포츠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살이 단단하여 일본인들은 스시(sushi, 초밥)나 사시미(sashimi, 생선회)로 즐겨 먹는다. 수명이 긴 다른 특상급 포식 어종인 다랑어나 참치처럼 수은(水銀, mercury) 함량이 높다. 그리고 성장이 느리광이고 번식도 느리기에 보호주의자들은 마릿수의 감소를 염려하고 있다.

청새치는 돛새치목 돛새칫과에 속하는 어류로, 친척으로는 돛새치, 녹새치와 백새치등이 있고, 주로 인도양과 태평양의 따뜻한 열대 바다에서 서식하며 멸치, 정어리, 고등어, 꽁치, 오징어 등을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둥이가 창처럼 뾰족하고 유선형 몸통 덕에 수중에서 시속 109.4km의 속도가 나올 정도로 초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남해에 분포하며 제주도 서귀포 부근 해역에서는 실제로 봄~여름철에 심심찮게 목격되기도 한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몰라도 동해에서도 드물게나마 발견된다고 한다. 몸길이는 보통 4.5m 정도지만 최대 7m까지도 자라는 거대한 개체도 있다 한다. 

그리고 주행성으로 수표 100m 지역에서 사냥한다. 뾰족한 위턱을 보면 창처럼 찌르는 용도 같지만, 사실은 측면에 날이 서 있어서 칼처럼 휘둘러서 마구 베는 용도이다. 청새치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먹잇감에 최대한 따라붙은 다음 위턱을 옆으로 휘둘러 공격하는데, 그렇게 휘두르면 작은 물고기는 두 동강 나고, 큰 물고기라도 깊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거나 쇼크로 행동 불능이 되어버린다. 이후 상처 입은 물고기를 유유히 집어삼키면 사냥은 끝난다.

큰 몸집과 독특한 생김새 덕에 아쿠아리움에서 보고 싶어 하는 물고기로 손에 꼽히지만, 아쿠아리움에 전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큰 아쿠아리움이라도 청새치의 빠른 속도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수족관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거대한 어류로 상위 포식자지만, 천적이 없진 않다. 모든 동물이 다 그렇듯이 인간이 청새치의 가장 큰 천적이며, 뱀상어, 백상아리, 범고래등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

청새치(striped marlin)는 낮에는 2~3마리가 짝을 지어 해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쳐 다니다가, 밤이 되면 깊은 바다로 내려간다. 몸은 길며 측편(側偏)되어 있고, 주둥이는 폭이 좁고 창 모양으로 나와 있다. 위턱 길이는 아래턱보다 2배나 길고, 이빨은 작으나 일생 갖고 있다. 몸 빛깔은 청흑색이고, 몸 옆구리 중앙은 연한 빛이며, 옆에 약 17줄의 연한 넓은 청색 가로띠가 있고, 등지느러미는 흑색이며, 가슴지느러미는 암흑색으로 변두리는 흑색이다.

청새치는 대서양에서는 아프리카 남부 해역에 국한되어 출현하고, 태평양 해역에서는 다른 다랑어류나 새치류와 마찬가지로 분포 범위가 넓으며, 인도양에서는 일반적으로 20~25°C의 수온대에서 생활한다. 다랑어류와 같이 군집을 이루어 생활하지 않으나, 산란기에는 작은 규모의 군집을 이룬다. 수컷은 1~2년에 성체가 되고, 암컷은 1.5~2.5년에 성적 성숙이 되며, 1억 2천 만개를 산란한다. 수명은 10년 남짓이라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