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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장끼전
토끼전·장끼전
  • 김재호
  • 승인 2024.01.1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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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출헌 옮김 | 문학동네 | 292쪽

권력에 위협받는 힘없는 존재의 불안정한 삶
부조리에 당당히 맞서다

한국판 『레미제라블』!
가혹한 삶을 정면 돌파하려는 민초들의 꿋꿋한 의지
조선 최고의 연행 예술 판소리, 최하층 부류 유랑민을 주인공으로 발탁하다

『토끼전·장끼전』은 향촌 사회의 급속한 변화상과 세태를 비판적 시각으로 포착하고 동물에 빗대어 희화화한 판소리계 우화소설이다. 『토끼전』은 충절이란 명분으로 백성의 희생을 당연시하던 봉건국가에서 토끼와 자라라는 힘없는 존재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준다. 『장끼전』은 장끼와 까투리로 대변되는 하층 유랑민이 엄동설한에 극심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비극뿐 아니라 과부가 남성들의 겁박에 맞서야 하는 수난을 그린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이 재치 있게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을 때로 희극적으로 그려내지만 고난에 찬 삶의 무게를 마냥 웃어넘길 수 없게 만든다. 수백 년 전 소설이 오늘날 독자에게도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재 힘없는 위치에 선 사람들이 겪는 수난과 고심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은 『토끼전·장끼전』을 통해, 고전문학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와 유쾌한 저항정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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