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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트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
에드문트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
  • 김재호
  • 승인 2024.01.10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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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트 후설 지음 | 김기복 옮김 | 서광사 | 237쪽

이 책은 1929년에 후설이 프랑스 학계의 초청을 받아 파리의 소르본대학과 스트라스부르에서 했던 두 차례의 강연에 기초해 쓰여진 것이다. 후설은 프랑스에서의 강연 후에 프랑스 학계의 환대와 강연의 성공에 고무되어 프랑스 독자들을 위해 강연 원고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완성했으며, 이 작품은 레비나스(I. Levinas)를 비롯한 프랑스 현상학자들에 의해 1931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후 원고 형태로만 남아 있던 『데카르트적 성찰』은 후설 사후 프랑스어 강연 원고와 함께 1950년에 스트라서(S. Strasser)에 의해 후설 전집(Husserliana) 1권으로 출간되었다.

서광사에서는 2020년에 후설의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을 출간한 데 이어 『데카르트적 성찰』과 『현상학의 근본 문제』 두 권을 출간하여 후설의 원서를 번역 출판하였다. 이 두 책은 『에드문트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 개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가천대학교 김기복 교수가 번역하였다.

후설의 후기 저술에 속하는 『데카르트적 성찰』은 후설 현상학의 정수를 가장 잘 요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초월론적 환원, 본질 직관, 지향적 분석, 발생적 현상학, 지향성, 시간, 지평, 습관성, 명증, 수동적 종합, 상호주관성 등 초월론적 현상학의 근본 개념들이 이 책에 총망라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데카르트적 성찰』은 후설의 현상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가장 대표적인 저술이라 할 수 있다.

이 저술을 관통하고 있는 근본 문제의식은 후설이 살았던 당시의 학문에 대한 위기 의식이다. 실증 학문들은 토대를 상실했고 내적인 통일성을 결여했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번성하고 있으며, 이들을 생생한 체계로 통일할 철학은 세계관으로 후퇴하였다. 그 결과 학문은 문화의 목적 의미를 이성에 기반해서 제시할 지도력을 상실하였다. 이는 문화의 위기, 인간 자신의 위기로 이어졌다.

후설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데카르트적 성찰』에서 제안한 것은 데카르트의 ‘초월론적 주관성’으로의 회귀이다. 그는 초월론적 주관성에 대한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즉 초월론적 현상학을 통해 학문들 전체를 살아 있는 내적인 체계로 통일하고자 하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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