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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기여입학제의 양면성
[딸깍발이] 기여입학제의 양면성
  • 김기현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6.10.2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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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 편집기획위원·세종대

우리네 국민들이 돈이나 재력에 대해 평소에 느끼는 정서는 어떠할까. 실제 이런 것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막연하게 돈을 경외하거나 또는 질시하는 형태로 느낌이 교차한다는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이나 재력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면, 돈은 많지만 무지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만약 그들이 경원하는 재력가들이 돈의 힘으로 지식을 사려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비록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상대적으로 우월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의 하나가 지적인 자부심이 아닐까. 부자들이 돈으로 또는 돈의 힘으로 다른 모든 것을 다 구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의 마지막 보루 또는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까지 돈의 힘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이런 정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여러 가지 대상의 하나로 기여입학제와 같은 교육제도를 설명하려 한다면, 어떨까. 조금은 비약한 것일까. 아직도 우리의 교육행정가들은 기여입학이란 말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참여정권이 들어선 지금에도 3불이란 말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기여입학은 그 아닐 불자의 핵심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제도를 거부하는 정서적인 또는 실질적인 바탕을 위에 설명한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을 단순한 논리라고 쉬이 외면하지 말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바라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돈의 힘으로 지식을 사려는 사람들의 돈은 충분히 그리고 가장 바람직하게 이용하되, 돈의 힘으로 지식을 사려는 횡포를 억누르는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사람이 사는 세상의 제도는 사람이 운용하기에 달려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기여입학제와 제대로 된 졸업정원제를 조합한 활용방법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기를 쓰고, 기여입학을 희망하는 자가 있다고 하자. 그가 입학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큰 돈은 수많은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입학한 학생은 돈의 힘으로 입학할 권한은 살 수 있도록 하지만, 졸업의 여부는 돈의 힘과 무관하게 관리하면 어떨까. 결과적으로 돈만 주고 입학한 학생이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입학할 권한을 산 것만으로 만족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그런 학생이 평생 졸업장을 받을 수 없게, 제대로 된 졸업정원제를 제대로 운용한다면 가난한 서민들도 쉬이 수긍하지 않을까. 단순히 3불의 테두리 속에 꽁꽁 숨기고 사장시키기보다, 이젠 어둠 속에 숨겨진 보석을 제대로 뽑아내서 멋있게 활용한다는 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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