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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국립대법인화-社會의 복수가 두렵지 않은가
쟁점: 국립대법인화-社會의 복수가 두렵지 않은가
  • 민교협
  • 승인 2006.10.21 09: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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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요약]왜 우리는 법인화에 반대하나

 

대학가에 또 다시 법인화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인화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대부분 ‘~하면 하겠다’는 식의 조건부 찬반론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해야할 역할에 법인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고, 법인화에 대한 찬반논거들이 제시되고, 타당한 지가 확실히 가려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가 법인화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그와 별개로 이향철 교수가 법인화의 세계적 흐름을 소개하고 무조건적 반대를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 성명서를 요약해 이 교수의 글과 함께 싣는다.

 

우리는 정부가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완결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정책을 단호히 반대하며,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하고 대학개혁 방향을 발본적으로 쇄신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대학 중 국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도 안 될 정도로 사립대학 비중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것은 대학운영의 자율성 부여를 명분으로 대학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그나마 떠맡아왔던 정부의 공공적 책무조차 방기하는 일이다.

둘째, 국립대 법인화는, 법인화 이후 일본에서 대학등록금이 2~3년 사이 약 5배 인상된 사례가 보여주다시피, 국립대학 등록금을 대폭 인상시킬 것이고, 이는 다시 사립대학 등록금의 더 한 층의 인상을 부추길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 불보듯 훤해

셋째,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재정 확충을 위한 대학 간의 돈벌이 경쟁을 촉진시켜 대학운영의 기업화를 재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민간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최우량 신용등급인 AAA를 받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일본 도쿄대가 술을 만들어 파는 정도로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례를 보면 될 것이다.

넷째, 법인화는 월등한 자원을 지닌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들 간의 격차 및 소수 일류 대학과 다른 대학들 간의 격차를 한층 더 확대시키고, 대학서열화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게다가 6년마다 경영을 평가해 예산을 차등 지원한다고 한다.

다섯째, 정부가 “대학들이 이전에는 그토록 대학 자율성 보장을 주장해 놓고서도 법인화를 통해 대학에게 자율성을 주겠다는 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전혀 옳게 반영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에서 나오는 자율성 요구의 목소리는 대체로 공익 보장을 위한 민주적-사회적 통제조차 대학 자율성에 대한 침해라는 대학의 이기주의적 목소리이다. 대학 자율성 보장의 목소리가 오늘날에는 사학재단이 가장 크게 주장하고 있는 목소리이고 이는 대학구성원의 진정한 요구를 대변하지 못한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가의 재정적 통제 수단에 의한 대학통제를 강화하면서 대학 외 인사들도 참여하는 이사회에게 대학경영의 책임을 맡겨 대학을 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운영토록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대학법인화는 이른바 ‘비공무원형의 탄력적 인사제도’의 도입을 가져와 경비절감을 위한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를 대학사회에 정착시킬 것이다. 이러한 상시적 구조조정체제 아래에서는, 이런 저런 형태의 비정규직 교수들이 양산되고, 정리해고와 정규직 직원의 비정규직화 등을 촉진시켜 고용불안정이 증대하고 노동 강도가 강화될 것이며, 대학당국과 교직원 간의 민주적인 협력적 동반자 관계 형성에 기초한 대학 발전이 불가능해 질 것이다.

한국사회가 시장경제체제에 기반을 둔 사회이긴 하지만, 사회적 관계 전체를 시장적 관계로 재편하면, 사회의 파괴와 황폐화가 초래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다시 파괴되고 황폐화된 사회의 자기 회복을 위한 운동, ‘시장에 대한 사회의 복수’를 부르게 된다. 때문에 시장적 관계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시장화·상품화의 파괴적 효과를 상쇄하는 비시장 영역의 창출이 불가피한데 그  하나가 바로 학문과 교육이다.

정부는 “원하는 대학만 법인화를 하면 되는데 왜 일부 대학교수들이 법인화 법안 상정 자체까지 반대하는지를 모르겠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유인하려 하는 정책을 강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그런 유인 정책을 포기하고, 그와는 전혀 다른 유인 정책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산학협동은 사립대, 기초학문은 국립대

그렇다면 정부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대학정책의 기본방향은 무엇인가. 먼저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산학협동’, 벤처기업 활동 등은 원칙적으로 사립대학이 담당하도록 만드는 한편 기초학문-기초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국립대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법률전문대학원 등은 조건을 갖춘 개별 대학들에 설립해서는 안 된다. 개별 대학에 설립할 경우 대학서열화를 크게 촉진시킬 그런 대학원들은 국공립 대학원으로 설립하되 특정 대학 소속이 아니라 권역별로 설립하고 그 권역에 속하는 모든 대학들에게 개방하는 독립된 대학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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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2006-10-31 21:06:22
국립대는 조용히 살겠으니, 경쟁은 사립대들끼리 하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