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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이 곧 안정이다”
중국 “성장이 곧 안정이다”
  • 서상민
  • 승인 2024.01.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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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2024년, 중국은 웃을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11일에서 12일까지 중국 경제와 관련한 최고 중요한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 1년간의 중국 경제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1년간의 주요 경제정책과 경제 청사진을 최종 결정하는 회의다. 말 그대로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經濟工作會議)이다.

이 회의는 1994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경제 운영을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1년 단위로 경제 운용의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계획경제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관련 회의 중 가장 중요한 회의이니 만큼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회의를 주재하고 국무원 총리는 경제 형세와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이 회의를 통해 중국의 경제 관련 최고위 정책 엘리트들은 향후 1년간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통일적 시각과 입장으로 모두 한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함으로써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닫혔던 국경을 리오프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먼저 개방한 세계경제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모두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중국 경제는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다. 서비스업 주도의 경제 활성화를 모색했으나, 중국 국민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투자 역시 신형 인프라에 편중돼 실물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기저에는 올해 초 시진핑 3기가 출범하면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디지털경제·기술 자립·금융 위험관리에 뒀기 때문이다. 민생과 직결되는 수요와 고용 분야에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더 이상 통계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의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 요소인 실업률· 금융 불안·지방부채 리스크의 해소법은 곧 성장이다. 사진은 중국 경제 성장의 상징인 상하이 시의 푸둥 신구. 사진=위키피디아

올해에는 달라질까? 중국 나라 살림이 더 좋아질까? 미국의 신용평가기관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4~5%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수요 감소와 부동산 문제·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주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며칠 전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2024년 중국 경제 운용의 3대 기조를 제시했다. “온중구진(穩中求進)·이진촉온(以進促穩)·선립후파(先立後破)” 이 세 가지이다. 전체적인 기조는 ‘성장(進)과 안정(穩) 간 상호 견인’이다. “안정 속에서 성장을 도모” 하거나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 하거나 “먼저 굳건히 자리를 잡고 난 후 고쳐 간다”라거나 하는 것은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성장이냐 안정이냐 하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이 곧 안정이고 안정이 곧 성장인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중국 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중국 경제 리스크 역시 해결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 요소인 실업률· 금융 불안·지방부채 리스크의 해소법은 곧 성장이다. 따라서 중국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올해에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중국 경제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중국 정부는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철저히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의 변수는 역시 미중관계이다. 지난해 11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세계의 이목이 이 회담에 쏠렸다. 정말 오랜만에 열린 양국 정상은 양국 간 대립이 극단적인 군사적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는 안전판 설치에 합의했다.

이 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최대 관심은 역시 경제 이슈였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을 풀고 기술 통제와 관련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놓을만한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경제협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올해 미중 간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다. 

올해에는 세계적으로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많다. 소위 “정치의 해”인 것이다. 특히 미중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정치 이벤트는 대만 총통선거다.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 제재 하의 중국의 입장에서는 첨단 반도체 강국인 대만에서 ‘친중 정권’이 들어서길 원한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중국에 대한 그동안의 첨단 기술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변수는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다. 여기에서 바이든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미중관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중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관계가 중국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중국은 대만 선거와 미국에서의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여하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중국정치를 전공했다. 최근에는 사회연결망분석을 활용해 중국 정치의 정책 네트워크를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시진핑 1기 중국인민해방군 상장 네트워크」(2018), 『현대중국정치와 경제계획관료』(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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