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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 담론과 모더니즘 형성
섹슈얼리티 담론과 모더니즘 형성
  • 김재호
  • 승인 2024.01.0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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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 지음 | 252쪽 | 도서출판 동인

젠더와 섹슈얼리티 그리고 모더니즘

1910~20년대 에즈라 파운드와 T. S. 엘리엇을 중심으로 모더니즘 미학이 대두되었을 때, 그것은 문학이 그 자체로 법이며 다른 잣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형식의 실험이 중요했다. 소설에서는 후기 소설의 헨리 제임스,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 등이 중심이 되어 소위 ‘의식의 흐름’ 수법을 고안하여 고차원적인 리얼리티 창조를 위해 분투했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 문학은 그 기저에 19세기 관습을 뒤엎고자 하는 저항이 있었다. 특히 여러 관습 가운데에서도 기존의 성 모랄, 성 윤리를 거부하고자 했다. 

사실주의 문학의 단골 메뉴였던 낭만적 사랑과 결혼은 자주 희화화되었다.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지드, E. M. 포스터를 비롯한 블룸스베리 그룹 출신들이 동성애자였음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짐은 19세기 후반 이미 시작되었으며 문학적 사조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 책의 관점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엽까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섹슈얼리티 문제가 어떻게 모더니즘 형성에 깊이 관여했는지에 집중했다. 

19세기 작가였던 조지 엘리엇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다루어 박사 학위를 받은 이순구 교수는 1980년대와 90년대 비평계의 화두였던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공부하며 빅토리아조 문학에서 모더니즘 문학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국내 퀴어 이론 연구자에게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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