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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가 키운 대학” … 1~2개 분야는 세계 最高로
“自由가 키운 대학” … 1~2개 분야는 세계 最高로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10.21 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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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개교 60주년 맞은 국민대 김문환 총장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아 연중 성대한 행사를 열고 있는 국민대 김문환 총장을 만나봤다. 김 총장의 생물학적 나이도 국민대와 같은 60년이다. 대학과 총장이 현대사의 격동을 겪으며 인생의 한 바퀴를 돈 셈인데, 제2의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그리고 국민대를 지난 10여년 빠르게 비약시킨 대학 내부의 저력은 무엇인지, 그 구조에 대한 심층적인 대화를 나눴다. 자동차전문대학원과 디자인학과 특성화 대학으로서 국민대는 2010년까지 3~4개 학과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1~2개 학문 분야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으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 대담 : 이영수 발행인
● 일시·장소 : 2006년 9월 27일, 국민대 총장실
● 정리·사진 :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이영수: 개교 6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1979년 부임하셔서 현재 총장이시니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60주년의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입니까.

김문환: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이름붙여 봤습니다. 먼저 60년사 발간을 통해 학교 역사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해공 선생 50주기 기념 학술심포지엄도 성황리에 했고, 성곡의 핵심 정신구조인 도전·개척을 본받아 ‘성곡 이니셔티브’ 행사도 몇차례 했습니다. 또 국제화를 많이 해보자는 생각에 우리 학생과 직원들의 해외연수에 무게를 두고 추진했습니다. 여름방학에 학생 1백여명을 전 세계 아프리카까지 다 보냈습니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생 1백50명이 통일전망대에서 독도까지 걸어서 완주한 국민대장정입니다. 이게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학생들에게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이영수: 그렇군요. 국민대가 지금의 대학으로 성장한 가장 큰 계기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문환: 海公 申翼熙(1892~1956) 선생이 1947년 설립해서 10년 되는 해에 서거하시는 바람에 학교가 위기에 처했는데 다행히 쌍용그룹 창업주이신 省谷 金成坤(1913~1975) 선생이 맡아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성곡을 빼고는 학교를 논하기 어렵죠. 우리 대학의 방향을 한마디로 말씀하셨어요. “대학은 자유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영수: 사실 한국 사립대가 법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곳이 많지 않습니까. 사학법 문제도 풀리지 않고요. 국민대는 좀 어떻습니까.

김문환: 우리 학교는 정말 특이합니다. 제가 재단과 거의 관계없이 총장이 됐어요. 또 현 재단 이사장과 이사가 존재하고, 대부분 대학이 사실상의 힘은 설립자 子弟한테 있잖아요. 그런데 현재 자제분 직책이 아무 것도 없어요. 한번도 이래라 저래라 말이 없었고요. 1년에 한번 정도 만나는데 올해는 아직입니다. 만나도 “잘 한다는 소문 들었다, 교수 잘 뽑아라” 딱 두 말씀 하십니다. 

이영수: 총장에게 권한이 많고, 그걸 대학의 여러 구성원들과 나누는 기회는 대학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봅니다. 흔하지 않은 기회죠.

김문환: 우리 학교는 90% 제가 다 결정합니다. 굉장히 힘이 들어요. 정말 중요한 10%의 사안에 대해서 이사장하고 얘기하고 돌아오다 보면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는데 이 부분을 아무도 얘기를 안 하는 거예요. 제가 부임했을 때 테니스장·농구장을 없애고 건물을 짓자는 발의가 올라와 있었는데 제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결정을 혼자 내린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꼭 맞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교무회의에서 토론이 돼서 합리적 결론이 도출돼야 하는데…, 정작 중요하고 큰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잘 안되죠.

이영수: 현재 재단에서는 학교 운영을 위한 전입금을 매년 잘 내고 있는지요.

김문환: 법인이 경제능력이 좀 있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지난 2년간 국민대가 교수 1백명을 뽑았습니다. 정년트랙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우리 대학이 한 해 살림을 살면 1백억원이 남습니다. 교수 1백명이면 1년에 1백억원인데 거기 다 투자할 수 없어서 10%는 비정년으로 뽑았죠. 그랬더니 “총장이 함부로 언론에 약속한 것을 안 지키고 정년을 비정년으로 바꿨다”고 나무랍니다. 재단과 총장이 완전히 거꾸로죠(웃음).

이영수: 그런 요소들이 국민대를 짧은 시간에 성장토록 한 저력 아니겠습니까. 요즘 대학마다 총장선출 방식이 많이 바뀝니다. 국민대는 지금의 방식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있습니까.

김문환: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을 깊이 많이 해봤는데요. 제가 평교수 시절 교협 회장도 하면서 두 번 직선제 총장을 뽑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는 석달 전부터 공부를 못했어요. 석 달이면 한 학기입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들더군요. 지금 시스템은 교수들이 총장후보로 총 30분을 추천하고 그걸 받아 재단에 가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상의해서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반대가 심했는데 제가 될 때부터는 교협이 그 시스템에 동의를 해줬습니다. 

.“학생들의 정신적인 고통과 괴로움을 1차로 여과해주는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전문가를 모셔오고 시설도 만들고, 교육학의 선행 상담교육을 벤치마킹해 인성교육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영수: 향후 10년 안에 이 대학이 어떤 모습을 변할지 한번 생각해보셨습니까.

김문환: 지난 15년 동안 학교가 좀 꿈틀거렸어요. 양적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했고 학생의 퀄리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CEO 배출에서 20위 안에 들어가죠. 지금 CEO들이 1970~80년 졸업생이라고 보면 2000년대 졸업생이 CEO가 될 때는 우리가 국내 10위 안에 들어간다고 전망합니다. 그런데 질적 도약이라는 것도 양이 받쳐줘야 합니다. 우선 학교 캠퍼스를 넓혀야 돼요. 우수한 분이 와서 공부를 안 해요. 그래서 제가 총장이 된 첫 해에 외부 연구비 94억원을 유치했습니다. 선생들이 우수하니까 잠만 깨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때론 조이고 때론 도와주겠다고 격려도 했죠. 산학협력단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 학습도 하면서 지난해에는 4백억원까지 수주를 끌어올렸습니다.

이영수: 캠퍼스 넓힌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김문환: 학생의 90%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교수도 절반은 학교 근처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기숙사가 6백명 정도 들어가니 전체 1만6천명에 비해 너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교수들도 강남에서 이곳까지 출퇴근하면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얼마입니까. 그런데 서울에서는 해결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우리 학교 공과대학 뒤편에 그린벨트가 좀 있는데 풀면 건물 지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실제로 가서 보니 땅의 풍수적 의미가 만만치 않아 손댈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이영수: 국민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디자인과 자동차전문대학원입니다. 그런데 요금 대학마다 문사철이 죽고 없어진다고 하는데 국민대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십니까.

김문환: 저희도 벗어나지 못하죠. 철학이 아예 없고, 문학과 역사가 있는데 노빌리티가 약해요. 다만 文史가 다른 학과에 비해 입학정원은 상대적으로 꽤 높습니다. 제가 총장이 되고 학생들이 수강신청 하는 것을 보면 교양과목에서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기본적으로 그게 옳다고 봅니다. 교육을 질적으로 성장시켜야죠. 그 중의 하나가 인성교육입니다. ‘술 많이 먹지 마라’, ‘이혼은 쉽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가슴 깊이 느끼게 가르쳐야죠. 또 대학생들은 정신적으로 아주 불안정합니다.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1차적으로라도 대학이 여과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전문가를 모셔오고 시설도 만들고, 교육학 분야에서 하고 있는 상담교육을 벤치마킹해서 전국 어느 학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인성교육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고뇌를 해결해야 공부도 되고,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이영수: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시겠다 하셨는데, 당장 떠오르는 대안이 있습니까.

김문환: 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 교수들 7~8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꾸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년 베스트티처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영수: 좋은 선생이라는 격려와 명예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대신 선정을 엄격하게 해서 어떤 해는 선정자가 없다는 것도 보여주면서 학교가 적극성을 보여줄 때 교수들의 호응도 커지리라 생각됩니다.

김문환: 맞습니다. 미국의 3천개 대학에서 연구중심대학이 1백개 밖에 안됩니다. 작은 대학도 연구분위기 정말 잘 돼 있지만 연구중심대학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거기서 많은 걸 느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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