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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일자리만 늘린 ‘디지털 전환·신자유주의’
저임금 일자리만 늘린 ‘디지털 전환·신자유주의’
  • 이종선
  • 승인 2024.01.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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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The Politics of Job Creation in Economic Crisis』 이종선 지음 | 백산서당 | 300쪽

단기적·친시장적 공공고용시스템과
고용 인센티브·보조금의 지출 늘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코로나19의 확산 그리고 급속한 디지털 전환은 더 나은 일자리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LMP: Active Labor Market Policy)은 고용의 유지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하고 있다. 

ALMP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그리고 사회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인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주요 사회 이해관계자 간의 정치적 역학이 고용과 일자리 정책 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ALMP에 관한 사회 공공지출 데이터 분석과 정책선택 과정에 초점을 맞춰 정량적 분석과 질적 분석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OECD 통계자료(1985∼2018)를 기반으로 주요 OECD국가의 ALMP 지출과 그 추세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별 OECD 국가의 ALMP 총지출의 변화와 다양한 ALMP 유형에 따른 지출분포의 변화를 분석한다. 동시에 이러한 ALMP 지출 변화에 대한 미치는 영향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지배 정당, 단체교섭 시스템, 노조 조직률, 신자유주의적 영향 등에 대한 통계분석을 시도한다. 

둘째, 사례연구를 통해 이들 국가의 경제 상황, 제도적 측면을 분석한다. ALMP의 채택과 정책 결정과정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국의 ALMP가 보여주고 있는 차이점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사례 연구는 OECD 국가 중 스웨덴·독일·한국 등 3개국의 ALMP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국가는 사회민주주의·보수주의·자유주의 등 각기 서로 다른 복지국가제도와 유형에 속하지만 수출지향적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급속한 경제적 성공과 발전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빠른 극복 등의 공통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국가의 ALMP 유형은 다소 다른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들 세 국가의 ALMP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OECD 국가들은 직업훈련에 대한 지출보다는 공공고용시스템(PES: Public Employment System)과 고용 인센티브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는 추세에 있다. 또한,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장기적인 관점의 인적자원개발 정책보다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결과를 통해 OECD 국가들의 일자리 창출정책이 대체로 ‘하이 로드(High Road)’ 전략보다는 ‘로우 로드(Low Road)’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 로드 전략은 높은 생산성·혁신·양질의 고객 서비스, 로우 로드 전략은 비용 최소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크게 다음 두 가지 점으로 요약된다. 첫째,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단기적인 고용 효과와 유지를 위해 일자리 매칭이나 고용 인센티브를 선호하는 경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최근 디지털 전환과 지식서비스 산업 구조로의 전환으로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직업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벵트슨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경제사회학과)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업-스킬링(up-skilling)이 오늘날 20세기 중반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스웨덴의 직업훈련 지출 비중이 과거와 달리 크게 줄어든 이유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도 직업훈련에 대한 지출 대신 단기적이고 친시장적인 공공고용시스템과 고용 인센티브·보조금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매칭, 고용 인센티브 등 단기적이고 친 시장적인 노동시장정책은 저임금 일자리 창출과 고용 불안정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 이 책은 최근 OECD 국가의 ALMP에서 나타난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하이 로드 전략으로 가기 위한 사회투자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컨대 사회 주요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등교육과 보육의 확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공유 그리고 사회안전망 강화 등 정책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일자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향후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하이 로드 전략 또는 로우 로드 전략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일자리 창출 정치에서의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정책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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